제이드가든 수목원
가을 팜파스 절정 속 유럽식 정원을 즐기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은 어느새 훌쩍 떠날 채비를 한다. 틀에 박힌 도심의 풍경 대신, 자연의 색채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을 찾게 된다.
춘천에 자리한 한 수목원은 ‘유럽풍 정원’이라는 익숙한 수식어 뒤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깊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남기는 장소를 넘어, 잘 짜인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작품과도 같다.
제이드가든
“가을 정취 가득, 유럽풍 정원에서 즐기는 산책”

제이드가든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남산면 햇골길 80에 자리한, ‘숲속의 작은 유럽’을 완벽하게 구현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지금, 가을의 문턱에서 비로소 만개한다.
방문객 센터를 지나자마자 펼쳐지는 입구 광장과 정상의 클라우드가든은 현재 상앗빛 깃털을 닮은 팜파스 그라스 ‘푸밀라’가 장관을 이룬다.
수목원 측의 설명에 따르면, “팜파스는 원주민의 언어로 초원을 의미하는 밤바(bamba)에서 유래되어 넓은 들판의 여유와 포근함”을 전해준다고 한다.

바람의 결에 따라 부드럽게 일렁이는 팜파스의 군무는 왜 수많은 이들이 가을의 제이드가든 수목원을 찾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여기에 와인색 줄기가 매력적인 수크령 ‘루브룸’까지 더해져 정원은 한층 더 깊은 가을빛으로 물든다. 이곳은 단순히 식물을 나열한 공간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색채와 질감, 그리고 바람의 움직임까지 계산해 연출하는 ‘살아있는 식물 디자인 미술관’에 가깝다.
24개의 테마가 빚는 자연과의 조화

제이드가든 수목원의 또 다른 핵심은 인공미를 최소화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 철학에 있다. 약 16만 3500㎡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는 본래의 산 지형과 계곡을 거의 그대로 살려 조성되었다. 억지로 땅을 깎고 다듬는 대신, 자연의 흐름 위에 24개의 다채로운 테마 정원을 섬세하게 배치한 것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 양식을 재현한 방문객 센터를 시작으로, 정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영국식 보더가든, 고풍스러운 수로가 인상적인 이탈리안 웨딩 가든 등 각 정원은 뚜렷한 개성을 뽐낸다.
특히 서늘하고 습한 그늘에서 자라는 이끼를 주제로 한 ‘이끼원’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선사하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제이드가든의 생태적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근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 한국적인 곡선의 미와 화려한 야간 조명 축제로 명성이 높다면,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유럽 정원의 고전적인 디자인과 자연 지형을 존중하는 생태적 접근법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갖는다. 어느 곳이 더 낫다고 말하기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거장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발걸음마저 즐거운 두 가지 산책길

수목원 탐방은 크게 두 갈래의 산책로, ‘나무내음길’과 ‘숲속바람길’을 따라 이루어진다.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나무내음길’은 바닥에 우드칩이 폭신하게 깔려 있어 “산책 내내 발이 편안했다”는 방문객들의 호평이 자자하다.
주요 테마 정원들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다.
반면, ‘숲속바람길’은 이름처럼 울창한 나무 그늘이 이어져 한결 시원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 코스는 편도 기준으로 약 40분에서 60분가량 소요되며, 중간중간 서로 연결되어 있어 체력과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동선을 조절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이니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한 편의도 훌륭하다. 경춘선 굴봉산역에 하차하면 수목원까지 약 6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자가용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은 약 270대를 수용할 수 있으며 주차비는 무료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1,000원, 중고생과 어린이는 6,000원이며, 동계 시즌에는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유럽의 어느 고즈넉한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오감으로 자연과 디자인을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주말, 바람에 춤추는 팜파스의 서정을 마주하며 잊지 못할 가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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