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샤워에 빛까지 더했다

전라남도 장흥 억불산 자락, 해발 400m 고지에 자리한 숲이 여름을 맞아 특별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낮 동안 60년 수령의 편백나무들이 내뿜는 상쾌한 피톤치드로 방문객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던 이곳은, 해가 지면 고요한 빛의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단 9일간 허락된 이 야간의 풍경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자연과 빛이 어우러진 한 편의 시각적 치유 경험을 제안한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의 본질은 120헥타르(ha)에 달하는 광활한 편백나무 군락에 있다. 이곳의 숲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듯, 단위 면적당 피톤치드와 음이온 발생량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과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산하는 천연 항균 물질로, 인체에 흡수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면역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연의 선물은 숲 곳곳에 마련된 체험 시설을 통해 극대화된다. 대표적인 시설인 ‘편백소금집’은 천일염과 편백 톱밥을 활용한 온열 요법으로, 피부 건강 개선과 심신 안정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 사계절 내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들은 그저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소음과 공해에 지친 호흡기를 정화하는, 이른바 ‘녹색 처방’을 경험하게 된다. 더욱이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무장애 데크로드 ‘말레길’은 노약자나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이는 전남 가볼만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올여름 우드랜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낮의 치유를 넘어선 밤의 변신에 있다. 제18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와 연계하여 특별 기획된 ‘우드랜드 야간경관’ 프로그램은 편백소금집 주차장에서 치유의 숲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숲길은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채워져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단순히 조명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시각, 청각,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야간경관이 운영되는 기간(7.26~8.3)에만 밤 10시 30분까지 연장된다.
일반 우드랜드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6세 미만 유아와 65세 이상 경로자는 무료다. 편백소금집 찜질 시설이나 한옥, 통나무집 등 숙박 시설 이용은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이 필요하다.

방문객의 체력과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산책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1시간짜리 ‘활력코스’부터, 숲의 핵심을 경험하는 2시간 ‘힐링코스’, 억불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4시간 ‘건강코스’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낮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피톤치드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돌보고, 밤에는 빛의 예술 속에서 감성적인 충전을 할 수 있는 이곳의 이중적 매력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휴식의 가치를 정확히 관통한다. 한시적으로 열리는 이 밤의 숲은 올여름, 장흥을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머물러야 할 목적지로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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