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황룡강 용작교
연 100만 명 발길 이끄는 산책 명소

마치 거대한 황금용이 강물을 박차고 승천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 SNS를 통해 ‘베트남 다낭의 명물 골든 브릿지 같다’는 찬사와 함께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이곳은 놀랍게도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성에 자리한다.
하지만 이 황금빛 다리를 단순한 ‘인생샷’ 명소로만 여긴다면, 그 속에 담긴 거대한 서사와 가치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은 사라져가던 지역의 천년 전설을 10억 송이 꽃과 190m의 공공미술로 되살려내, 인구 4만 남짓의 작은 도시를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성공 신화의 현장이다.
익숙한 강변 공원을 상상했다면, 이제 그 예상을 완전히 뒤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지역 소멸의 위기에 맞서 장성군이 던진 가장 화려하고 대담한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황룡강 용작교

황룡강 용작교는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 57-14 일원에 자리한,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닌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그 시작은 장성 땅을 수호했다고 전해지는 ‘황룡’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동양 신화에서 황룡은 땅과 하늘을 잇는 신성한 존재이자 풍요와 번영의 상징. 장성군은 이 잊혀가던 이야기를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총 길이 190m에 달하는 다리는 강 위를 유영하는 용의 역동적인 몸짓을 유려한 곡선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햇빛의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수천 개의 황금빛 패널은 용의 비늘을 형상화한 것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를 넘어, 전설 속 황룡이 지닌 ‘수호’와 ‘번영’의 상징성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치밀하게 계산된 공공디자인의 결과물이다.
도시설계 전문가들이 “용작교는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낸 랜드마크이자, 자연과 예술을 융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공공디자인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10억 송이 꽃으로 수놓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꽃강

황룡강 용작교가 서사의 화려한 서막이라면, 다리가 품고 있는 장성 황룡강 생태공원은 그 장대한 본편이다. 장성군은 황룡강 줄기를 따라 무려 13.5km, 약 20만㎡(약 6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를 거대한 꽃의 강으로 조성했다. 이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꽃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계절의 변화는 이곳에서 가장 다채로운 공연이 된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과 신비로운 보랏빛 꽃창포가 강변을 채우고, 여름에는 붉은 꽃양귀비와 청초한 수국이 생명의 환희를 노래한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황화코스모스와 코스모스 10억 송이가 만개하며 온 세상을 황금빛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바로 이 시기에 열리는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는 이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축제로, 매년 약 100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약 489억 원에 이르는 놀라운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가정원과 비교되는 ‘무료 개방’의 힘

장성 황룡강 생태공원의 진정한 가치는 국내 유수의 다른 정원과 비교했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성인 기준 1인당 1만 5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 순천만국가정원이나 2천 원의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잘 가꾸어진 희귀 식물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자랑한다.
반면, 황룡강은 ‘황룡’이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테마와 이에 못지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입장료와 주차비까지 완전 무료로 개방한다.

장성실내수영장(장성읍 기산리 323-15) 옆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 역시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연중무휴 24시간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황룡강 용작교와 생태공원은 단순한 ‘가을 명소’라는 수식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이와 성공의 서사를 품고 있다. 지역의 낡은 전설에 대담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거대한 공공미술과 친환경적 생태 자원으로 되살려낸 이곳은, 지방 소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이정표다.
황금빛 용의 등을 타고 10억 송이 꽃길을 걷는 마법 같은 경험, 이번 주말에는 전설이 현실이 된 기적의 공간, 장성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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