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황룡강 용작교
입장료와 주차비까지 모두 무료 명소

마치 거대한 황금빛 용 한 마리가 강물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모습. SNS에서 “베트남 다낭의 골든 브릿지 같다”는 반응과 함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풍경은 놀랍게도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성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포토 스팟 그 이상이다. 천 년의 전설을 품은 강줄기를 따라 10억 송이의 꽃이 바다를 이루고, 그 중심에 전설 속 황룡이 다리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방문객을 맞이한다.
익숙한 강변 공원의 풍경을 상상했다면, 그 예상을 완전히 뒤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거대한 대지 위에 펼쳐진 한 편의 살아있는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장성 황룡강 용작교

황룡강 용작교의 이야기는 전라남도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 57-14에서 시작된다. 이 다리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다. 옛날 장성 마을을 수호했다고 전해지는 황룡의 전설을 현대 건축의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해낸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총 길이 190m에 달하는 이 다리는 강 위를 부드럽게 넘나드는 유려한 곡선으로 설계되어, 마치 살아있는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역동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황룡의 비늘을 상징하는 수천 개의 황금빛 패널은 햇빛을 받을 때마다 눈부시게 반짝이며 강물 위에 금빛 잔상을 아로새긴다.
이는 동양 신화에서 황룡이 상징하는 번영, 수호, 그리고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존재라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장치다.
10억 송이 꽃으로 채워진 13.5km의 꽃강

용작교가 전설의 화려한 서막이라면, 그 다리가 품고 있는 황룡강 생태공원은 장대한 서사의 본편이다. 장성군은 황룡강 줄기를 따라 무려 13.5km에 이르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꽃강’을 조성했다. 약 20만㎡의 광활한 부지에 심
계절의 변화는 이곳에서 가장 화려한 공연이 된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과 신비로운 보랏빛 꽃창포가 강변을 물들이고, 여름이면 수레국화와 붉은 꽃양귀비, 탐스러운 수국이 생명의 환희를 노래한다.
그리고 가을,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황화코스모스와 코스모스가 만개하며 온 세상을 황금빛과 분홍빛으로 채운다. 매년 가을 개최되는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는 이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예술과 자연의 특별한 가치

황룡강 생태공원의 가치는 순천만국가정원이나 울산 태화강국가정원과 같은 국내 유수의 다른 생태공원과 비교했을 때 더욱 명확해진다.
이들 국가정원이 잘 가꾸어진 정원과 희귀 식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며 유료로 운영되는 반면, 황룡강 생태공원은 황룡이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테마와 압도적인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완전 무료로 개방한다.
장성실내수영장(전남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 323-15) 옆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 역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이 개방성은 황룡강 생태공원을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주민과 방문객 누구나 부담 없이 일상의 쉼과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재로 만들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우주 터널’이나 다각형 터널 같은 현대적 조형물들은 자연 풍경에 예술적 재미를 더하며,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가 되어준다.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다 보면 다리 끝에 마련된 넓은 데크 쉼터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흐르는 강물과 멀리 보이는 장성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정돈되는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
장성 황룡강 용작교는 단순한 ‘가을 산책 명소’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이와 매력을 지닌 곳이다. 잊혀가던 지역의 전설을 거대한 스케일의 공공미술과 친환경적 조경으로 되살려,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서사를 선물한다.
황금빛 용의 등을 타고 10억 송이 꽃길을 걷는 경험, 이번 주말에는 전설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공간, 장성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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