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트레킹 코스라고요?”… 구름다리까지 건너는 서울 근교 섬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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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월도 트레킹
숲길·해변·바닷길까지 한 번에 즐기는 명소

자월도
자월도 / 사진=인천관광

서울의 복잡한 일상에서 완벽한 탈출을 꿈꾸지만, 먼 길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 수도권에서 단 50분이면 도착하는 비밀스러운 섬이 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에 몸을 싣는 순간, 회색빛 도시는 푸른 바다 뒤로 사라진다. 단순한 바다 여행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섬에 발을 딛는 순간, ‘붉은 달’의 신비로운 전설과 섬 전체를 감싸는 호젓한 트레킹 코스가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숨겨진 보석, 자월도의 진짜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자월도 트레킹

자월도 구름다리
자월도 구름다리 / 사진=인천섬포털

자월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자리한 섬으로, 그 이름부터 여행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보름달이 유난히 붉게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다.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붉은 초승달 조형물은 이 전설이 섬의 정체성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월도의 이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고 아담한 섬’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작달만한 섬’이 한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자월’이라는 음을 빌려왔다는 설이다.

실제로 고려 시대에는 왕족의 유배지로, 조선 시대에는 말을 키우는 목장이 설치되었던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어 섬의 깊이를 더한다. 이처럼 두 가지 유래를 되새기며 섬을 걷는 것은 자월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섬을 걷는 길 ‘달맞이길’

자월도 어부상 전망대
자월도 어부상 전망대 / 사진=인천섬포털

자월도의 진가는 바로 ‘걷기’에서 드러난다. 섬 전체를 아우르는 달맞이길은 총 6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여행객의 체력과 취향에 맞춰 다양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과 숲속 오솔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숲길을 걷는 경험은 도시의 소음에서 완벽히 벗어나게 해준다”는 한 여행객의 후기처럼, 이곳의 시간은 온전히 자연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흘러간다.

국사봉 올라가는 길
국사봉 올라가는 길 / 사진=인천섬포털

섬의 최고봉인 국사봉은 해발 166m로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왕복 2시간 남짓한 코스로, 정상에 서면 자월도는 물론 인근 승봉도와 대·소이작도의 풍경까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처럼 다른 관광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호젓하게 자연을 만끽하며 걷고 싶은 이들에게 자월도는 서해의 그 어떤 섬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다.

장골해변과 목섬

자월도에서 목섬 가는 길
자월도에서 목섬 가는 길 / 사진=인천섬포털

달맞이길을 걷다 보면 자월도의 핵심 명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섬의 중심 해변인 장골해변은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아카시아 숲이 어우러져 캠핑과 백패킹의 명소로 이름 높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당일치기 여행객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장골해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물때’에 맞춰 방문해야 하는 독바위와 목섬이다. 특히 붉은 보도블록 길을 지나 만나는 목섬은 썰물 때만 신비로운 바닷길이 열린다.

구름다리로 연결된 목섬으로 향하는 숲길과 데크길은 좌우로 펼쳐진 바다 풍경 덕분에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단, 목섬과 독바위는 간조 시간을 놓치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하므로 출발 전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나 관련 앱을 통해 물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것만은 알고 가자

목섬 전경
목섬 전경 / 사진=인천섬포털

자월도 여행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몇 가지 실용적인 정보는 필수다. 배편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며, ‘가보고싶은섬’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예매할 수 있다.

쾌속선은 약 50분,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차도선은 시간이 더 소요되니 일정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승선 시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객선 운임 할인 혜택이다. 인천시민은 정책에 따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섬을 방문할 수 있고, 타 지역민이라도 1박 이상 체류 시 연 3회 운임을 지원받는 ‘옹진군 섬 여행 할인’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가장 빠르게 만나는 섬, 그러나 그 안에 품은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곳이다. 이번 주말, 복잡한 계획 없이도 떠날 수 있는 자월도에서 나만의 ‘붉은 달’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는 최고의 하루를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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