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의 새로운 상징

제방(堤)과 내(川)의 도시, 이름부터 물의 기운이 서린 제천은 예부터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 불렸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머무는 이 땅의 풍광은 수많은 시인 묵객의 사랑을 받았으나, 1985년 충주댐 건설은 풍요로운 물과 함께 수몰의 아픔과 단절의 역사를 남겼다.
수십 년간 뱃길로만 닿을 수 있었던 수산면 괴곡리 자연마을의 옛길이 다시 땅과 이어진 것은, 역설적이게도 물 위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다리가 놓이면서부터다.

2021년 10월, 청풍호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옥순봉 출렁다리는 개장과 동시에 제천의 관광 지형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지난 한 해 제천 방문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선 배경에는 이 출렁다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다리는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라, 청풍호의 수려한 경관과 제천 제10경 옥순봉의 비경을 가장 역동적으로 체험하는 전망대이자 체험 시설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매력 덕분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제천 가볼만한 곳 리스트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옥순봉은 본래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직 시절 그 절경에 반해 ‘옥처럼 희고 푸른 대나무 순’ 같다고 하여 이름 붙인 봉우리다. 행정구역상 제천과 단양에 걸쳐 있어, 단양에서는 단양팔경의 하나로, 제천에서는 제천 10경 중 하나로 꼽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옥순봉을 감상하는 방식의 차이다. 단양이 유람선을 타고 물 위에서 봉우리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제공한다면, 제천은 출렁다리를 통해 봉우리의 가장 가까운 공중에서 온몸으로 풍경을 마주하게 한다.

길이 222m, 너비 1.5m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발밑으로 펼쳐지는 아찔한 높이와 부드러운 출렁거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체험이 된다.
옥순봉 출렁다리의 진가는 다리를 건넌 후에 이어진다. 408m 길이의 생태탐방 데크로드와 야자매트가 깔린 트래킹 길은 방문객을 청풍호의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이곳은 단순히 다리를 건넜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가 아니라, 호반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온전한 순환형 탐방로를 제공한다.
현재 옥순봉 출렁다리의 입장료는 3,000원이며, 이 중 2,000원은 제천 지역화폐로 환급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변동되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수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면 아래 잠겼던 옛길을 잇고,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낸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한 해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천의 대표 주자로서, 이 다리는 단순한 철제 구조물을 넘어선다. 그것은 단절된 역사를 오늘과 연결하고, 수려한 자연과 그 속을 걷는 사람을 잇는 매개체다.
물길에 가로막혔던 풍경을 되찾아준 이 다리는 이제 제천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을 잇는 지속 가능한 이정표로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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