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동안 단 한 번도 안 말랐다니”… 호수 따라 숲길 산책까지 즐기는 무료 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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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와 제림
국가명승에서 즐기는 무료 가을 정취

제천 의림지
제천 의림지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나 걷기 좋은 길 하나쯤 마음속에 품게 된다. 붉게 물든 단풍과 맑고 높은 하늘 아래, 고즈넉한 호숫가를 거니는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평화롭다.

하지만 그 산책길이 박물관 유리창 너머에서나 보던 삼한시대 유물 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심지어 그 유물이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주변 들판을 적셔온 ‘살아있는 심장’이라면, 발걸음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곳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시간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하는 곳, 바로 제천 의림지다.

제천 의림지

“천년 유산 위에서 즐기는 제천 힐링 산책 명소”

제천 의림지와 제림
제천 의림지와 제림 / 사진=ⓒ한국관광공사 송재근

국가명승 제천 의림지와 제림은 충청북도 제천시 의림지로 33 (모산동)에 자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 중 하나다.

흔히 의림지를 이야기할 때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 3대 저수지로 꼽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벽골제는 복원된 형태로 사적 공원이 되었고 수산제는 그 터조차 명확하지 않은 반면, 의림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천 일대 농경지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유일한 ‘현역’ 시설이라는 점이다.

문화재청의 공식 평가에 따르면 의림지는 “고대 수리시설의 원형을 보존하며 현재까지 기능을 유지하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유산”으로, 이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살아있는 역사 현장임을 증명한다.

의림지 전경
의림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수 둘레 약 1.8km, 최대 수심 13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인공 호수가 천년 넘게 마르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준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쌓았다는 설화와 고려 시대 현감 박의림이 개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며, 그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삶을 지탱해 온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006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충청북도 기념물에서 국가 지정 문화재인 국가명승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수백 년 소나무 숲과 호수가 빚어낸 그림 같은 풍경

소나무
소나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림지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며 걷는 호반 산책로는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을 선사한다. 저수지 둑을 따라 조성된 숲 제림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선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 건립된 경호루는 호수의 풍경에 운치를 더하는 화룡점정이다. 맑은 날이면 정자 누각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그 너머로 보이는 제천 시내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최근에는 새로운 명물도 더해졌다. 의림지 물이 용두산 계곡으로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30m 높이의 용추폭포 위에 유리 전망대가 설치되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므로 해가 진 후에 방문해 볼 만하다. 다만, 용추폭포 유리전망대와 야간 조명은 시설 점검을 위해 매주 월요일 운영하지 않으니 방문 계획 시 참고해야 한다.

누구나 부담 없이 마음껏 누리는 쉼터

의림지 오리보트
의림지 오리보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모든 역사와 자연을 누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없다. 제천 의림지와 제림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넓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 이용객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호수 위에서 오리배나 노보트를 타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림지 바로 옆에는 제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림지역사박물관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적인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박물관 역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의림지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승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조화롭게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다. 천년의 시간을 견뎌낸 거대한 저수지 위를 걸으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사색에 잠겨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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