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입장료 다 필요 없다”…단 5일만 열리는 유네스코 6km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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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미공개 ‘용암길’
원시 자연 트레킹 기회

거문오름 전경
거문오름 전경 / 사진=제주특별자치도청

매년 단 한 번, 신성한 숲의 굳게 닫혔던 빗장이 풀린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의 심장부, 그곳에 수만 년의 시간을 품은 비밀의 길이 있다.

평소라면 복잡한 예약을 거쳐야만 겨우 그 언저리를 맴돌 수 있었던 이 원시의 공간이,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기회는 단 5일뿐이다. 태고의 숨결이 흐르는 용암의 길을 따라, 제주의 진짜 속살을 만나는 특별한 여정을 떠나보자.

10만 년 용암의 숨결을 따라 금단의 길을 걷다

용암길
용암길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이번 여정의 심장은 단연코 ‘용암길’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478 일대에 자리한, 제주 자연의 보고다. 오는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제16회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트레킹’ 기간에만, 평소 철저히 통제되던 용암길 6km 구간이 특별히 개방된다.

이 길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다. 약 10만 년에서 30만 년 전, 거문오름이 불을 뿜으며 흘려보낸 용암류가 북동쪽 해안까지 흘러가며 만든 거대한 흔적 그 자체다.

우리가 오늘날 세계자연유산으로 알고 있는 만장굴, 김녕굴 등 20여 개의 용암동굴을 잉태한 생명의 통로였던 셈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거대한 동굴계를 빚어낸 대지의 역사를 발끝으로 직접 느끼는 것과 같다.

거문오름 트레킹
거문오름 트레킹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이 코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전문 해설사 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탐방할 수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특히 용암길 대부분은 제주의 독특한 생태계인 곶자왈 지대다. 제주 방언으로 ‘곶(숲)’과 ‘자왈(덤불, 암석)’의 합성어인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불규칙한 용암 암괴 지대에 형성된 숲을 의미한다. 척박한 돌무더기 위로 나무와 덩굴이 뿌리내려 만든 이 원시림은, 지구상에서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면 주름고사리, 지느러미고사리 같은 희귀 양치식물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새우란 군락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문오름 트레킹 모습
거문오름 트레킹 모습 / 사진=제주도 공식블로그

물론 거문오름의 매력이 용암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예약 탐방객에게 허락되는 태극길 역시 행사 기간 동안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다. 태극길은 말발굽 형태의 분화구와 9개의 봉우리를 아우르는 순환 코스로, 방문객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장 짧은 ‘정상 코스’는 2.1km 거리로 약 1시간이면 오름 정상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제주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분화구 코스'(5km, 약 2시간 30분)를 추천한다.

분화구 내부를 걸으며 세계자연유산 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을 수 있어 교육적 가치가 높다. 마지막으로 ‘능선 코스'(6.7km, 약 3시간 30분)는 태극길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긴 코스로, 거문오름의 다양한 지형과 식생을 온전히 경험하고픈 탐방객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두 길을 비교하자면, 태극길이 잘 관리된 탐방로를 따라 오름의 전체적인 능선과 분화구의 웅장함을 느끼는 코스라면, 용암길은 정제되지 않은 원시림 속에서 용암의 흔적과 곶자왈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체험하는 탐험에 가깝다. 이번 행사 기간은 이 두 가지 상반된 매력을 모두 경험할 절호의 기회다.

예약 없이, 무료로 즐기는 축제의 모든 것

거문오름 트레킹 길
거문오름 트레킹 길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이번 트레킹 행사의 가장 큰 매력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누구나 거문오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사 기간인 8월 14일부터 18일까지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방문만으로 무료 탐방이 가능하다.

탐방은 오전 9시에 시작되며, 안전을 위해 오후 1시까지 입장을 마쳐야 한다. 탐방 전에는 반드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내 탐방안내소에 들러 간단한 안내를 받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탐방객의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용암길 종점은 출발점과 달라 교통이 불편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므로 걱정 없이 트레킹에 집중할 수 있다.

거문오름 트레킹
거문오름 트레킹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개막일인 14일 오전 9시 30분 개막식을 시작으로, 행사 기간 내내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거문오름 풍물단의 신명 나는 길놀이 공연과 선흘2리 주민들이 준비한 무료 책 나눔 행사가 열기를 더한다.

또한, 거문오름에서 찍은 사진을 지정된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면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064-750-2543)로 문의하면 된다.

여름의 끝자락, 신(神)의 숲이라 불렸던 거문오름이 1년 중 가장 너그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만 년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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