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안 받는데 이런 절경이?”… 해발 1,700m 고원에서 만나는 진달래 탐방로

제주 윗세오름, 세 봉우리가 만든 한라산 서쪽 절경

제주 윗세오름
제주 윗세오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라산 서쪽 사면에는 분홍빛 물결이 일렁인다. 해발 1,400m를 넘어선 고원 지대에서 털진달래가 만개하기 시작하며, 그 뒤를 이어 산철쭉이 차례로 피어나 색을 이어간다. 도심의 봄꽃이 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절정을 맞이하는 이 풍경은, 평지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고지대만의 것이다.

세 개의 오름이 나란히 솟아 하나의 이름을 이루는 이 공간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 한라산 서쪽 남북 분수령에 자리한다. 붉은 흙이 드러난 남사면의 붉은오름, 완만하게 가로 누운 누운오름, 그 곁에 조붓하게 딸린 족은오름이 어우러져 윗세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봄꽃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5월, 두 갈래 탐방로를 통해 이 고원에 닿는 길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윗세오름의 입지

제주 윗세오름 모습 풍경
제주 윗세오름 모습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윗세오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산 183-1)은 해발 1,700m 고지에 대피소를 둔 한라산 서쪽의 핵심 탐방지다.

어리목·영실·돈내코 세 개 탐방로가 이 지점에서 만나며,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행정구역의 경계를 동시에 품는다. 붉은오름은 남사면의 붉은 흙으로 이름을 얻었으며, 누운오름은 완만하게 누운 능선이 특징이다.

족은오름은 ‘작은 오름’을 뜻하는 제주어에서 비롯됐다. 1100고지 인근에 자리한 삼형제오름이 세 봉우리의 명칭 유래와 깊이 연결되어 있어, 오름의 이름 하나에도 제주 고유의 지명 문화가 담겨 있다.

선작지왓과 고원 야생화의 봄

제주 윗세오름 봄 풍경
제주 윗세오름 봄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민중

윗세오름의 봄은 두 단계로 나뉜다. 영실 병풍바위를 지나 올라서면 해발 1,500m 이상의 넓은 고원 평야, 선작지왓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4월 말부터 털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며, 5월 10~15일 전후 절정을 이룬다.

털진달래는 일반 진달래의 변종으로 잎과 꽃에 잔털이 나 있으며,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고지대에 자생한다. 이어 5월 하순부터는 산철쭉이 윗세오름 전망대 일대를 물들이며 6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고원에는 이 밖에도 흰그늘용담·섬바위장대·백리향·설맹초 등 희귀 야생화가 자생하며, 누운오름 아래 고원습지에서 군락을 이룬다. 백록담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대피소에서 백록담 동벽·남벽을 조망할 수 있다.

어리목·영실 탐방로의 차별화 포인트

영실탐방로
영실탐방로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정수

두 탐방로는 거리와 출발 해발이 다르다. 어리목탐방로는 해발 970m 입구에서 시작해 총 6.8km(어리목→윗세오름 4.7km→남벽분기점 2.1km)를 걸으며, 편도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구간 중 사제비동산(1,423m)과 만세동산(1,606m)을 차례로 넘는 오르막이 이어지며, 노루가 자주 출현해 탐방의 재미를 더한다.

사제비샘이 식수원이나 건기에 마를 수 있어 물을 챙기는 편이 좋다. 영실탐방로는 영실휴게소(해발 1,280m) 기준 윗세오름까지 3.7km로, 출발 고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영실기암(병풍바위)은 영주십경의 하나로 꼽히며, 이 구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관이다. 영실탐방로의 노루샘은 건기에 마르는 경우가 있어 미리 식수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탐방 운영 시간과 교통 안내

제주 윗세오름 모습
제주 윗세오름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입장료는 무료며, 대피소 연락처는 064-713-9950이다. 동절기(10~3월)에는 어리목·영실 탐방로 입구 입산이 12:00에 마감되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돈내코 방향은 13:00부터 통제된다. 동절기 하산 기준 시간은 15:00로, 하절기(17:00)보다 이르다.

화장실은 어리목광장·윗세오름대피소, 영실관리사무소·영실휴게소·윗세오름대피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어리목 접근은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40번 버스로 35분 소요되며, 어리목 정류장에서 탐방로 입구까지 도보 10분이다.

영실은 차량 이용 시 영실관리사무소부터 영실휴게소까지 2.5km 구간은 12인승 이하 차량만 진입이 허용된다. 영실휴게소에서 아이젠·식수·간식을 구입할 수 있어 사전 준비에 도움이 된다.

제주 윗세오름 봄꽃
제주 윗세오름 봄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윗세오름은 제주의 여느 오름과 달리, 세 봉우리의 개성이 하나의 고원 풍경 안에 녹아드는 공간이다. 봄꽃이 절정에 달한 고원에서 백록담 남벽을 바라볼 때, 그 너머로 펼쳐지는 고요함은 한라산만이 줄 수 있는 것이다.

털진달래가 선작지왓을 분홍으로 채우는 5월이나, 산철쭉이 능선을 타고 오를 때 발을 들여보길 권한다. 무료로 오를 수 있는 해발 1,700m의 고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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