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제주도민들의 삶과 문화가 흐르던 공간

제주도 동쪽, 김녕해수욕장 인근의 작은 마을에 이색적인 물놀이 명소가 있다. 이름부터 정감 가는 ‘청굴물’. 땅속 깊은 대수층을 따라 흘러나온 용천수가 고이는 이곳은, 여름이면 ‘제일 차가운 물’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라는 이 물, 과연 어떤 매력을 지녔길래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걸까?
청굴물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청수동에 자리 잡은 작은 물통이다. 과거 이 마을은 ‘청굴동’이라 불렸고, 이 이름이 지금까지 물통의 이름으로 남았다.

청굴물은 본래 주민들이 용천수를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던 장소로, 김녕 지질트레일 A코스에 포함돼 있어 지역의 지질학적 의미도 크다.
특히 이 물통은 단순한 물 저장 시설을 넘어, 제주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남녀가 구분돼 사용하던 흔적을 보여주며, 지금은 여행객들이 사진 명소로 찾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청굴물의 진짜 매력은 물의 온도에 있다. 해수보다도 차가운 이 용천수는 연중 15도 안팎의 수온을 유지한다. 특히 김녕 해안 일대에서 가장 차가운 물로 알려져 있어, 여름철이면 그 시원함을 찾아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물에 몸을 담그면 ‘만병이 낫는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 특별한 물통을 제대로 만나려면 물때를 꼭 확인해야 한다.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가 되어야만 물통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물통 끝에 앉아 사진을 찍는 것은 여행자들 사이의 인기 포즈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청굴물은 단지 물놀이 장소가 아니라, 제주도의 전통적인 용천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제주도는 지하수가 주요 수자원인데, 이는 화산암 지형 특성상 지표수보다 지하수를 생활 전반에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주민들은 이 청굴물에서 식수는 물론 목욕, 빨래, 가축에게 물을 주는 데까지 사용했다. 커다란 원형 물통을 반으로 나눈 구조는 남녀가 구분되어 사용하던 시절의 흔적이다.
단순한 구조 같지만, 자연과의 공존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여전히 지역 주민들에게는 청굴물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생활의 중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청굴물만 둘러보고 돌아서긴 아쉽다. 근처에는 김녕해수욕장, 세기알해변, 김녕 금속공예 벽화마을 등 함께 들러보기 좋은 명소들이 가까이 있다.
특히 김녕해수욕장은 맑은 바다와 흰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 청굴물에서 차가운 물놀이를 즐긴 뒤 따뜻한 해변 산책으로 여운을 이어가기 좋다.

청굴물은 단지 차가운 물로 유명한 명소가 아니라, 제주도민의 삶과 문화가 흐르던 공간이다. 지금은 여행자들의 쉼표가 되어주고 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굴물의 진짜 얼굴을 만나기 위해선 물때를 맞추는 수고로움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풍경과 체험을 안겨줄 것이다.
제주 동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도로는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물통 하나에 시간을 내어보자. 가장 제주의 것다운 순간이 그 안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