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해안 산책로 추천

제주는 늘 아름답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예상하지 않았던 순간에 사람이 많지 않은 장소에서 나도 모르게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풍경에서 찾아온다.
이 두 장소는 목적지보다는 방향처럼 머물고 싶어진다. 무엇을 보기 위해 간다기보다 그냥 이쯤에서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래서 더 좋다. 해안 절벽 위로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던 파도 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려온다.
발 아래로는 단단하게 굳은 검은 용암 절벽, 옆으로는 푸른 바다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이 나란히 흐른다. 걸을수록 풍경이 바뀌고, 그 변화가 서두르지 않아 좋다.

바람은 꾸준히 불고, 나무 사이로 드는 햇살은 길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꾼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시원한 투명함이 흐린 날에는 깊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누구와 함께여도 좋지만,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길.
시간이 많지 않아도, 마음이 복잡할수록 꼭 걷고 싶은 해안이다.
보목포구 & 구두미포구

서귀포시의 작은 포구들 중, 보목과 구두미는 특별한 무엇이 없는 것이 특별함이다. 높지도, 넓지도 않은 바다 앞에 나란히 선 포구는 조용하고 담담하다.
정박한 배들이 물 위에서 가볍게 떠 있고, 물결은 잔잔하다 못해 정지된 듯 움직인다. 아침 시간, 햇살이 수면을 천천히 덮을 때 이곳의 온도는 가장 편안해진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바로 그 ‘없음’이 이곳의 본질이다. 풍경에 기대지 않아도 마음이 가라앉는 공간. 말없이 오래 머무르고 싶다면, 이 두 포구는 그 조건을 충족한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처럼 시원한 절벽 산책로가 있고, 보목포구나 구두미포구처럼 조용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제주다운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이 조용한 남쪽 길들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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