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전부 무료인데 한적하다니”… 10월에만 볼 수 있는 825평 맨드라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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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농업기술센터
맨드라미 꽃밭 너머의 가치를 만나는 곳

제주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 서부농업기술센터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최지우

가을 제주 서쪽을 여행하다 보면, 마치 거대한 팔레트가 땅 위에 펼쳐진 듯한 강렬한 색채의 향연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히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꿔진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화려한 꽃밭 뒤에는 제주 서부 농업의 미래를 연구하고 지역 농민들의 땀을 덜어주는 든든한 심장부가 뛰고 있음을 예고하며, 그 놀라운 반전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제주 서부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맨드라미와 코스모스
서부농업기술센터 맨드라미와 코스모스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최지우

오늘의 목적지,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월림7길 90에 자리한 공공기관이다. 이곳의 첫인상은 이국적인 야자수 길과 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맨드라미와 코스모스 꽃밭이 압도한다.

10월이면 절정을 이루는 붉고 노란 촛불 맨드라미의 물결은 마치 땅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많은 방문객이 이 화려함에 매료되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지만, 이곳의 진짜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있다.

이 광활한 꽃밭과 잘 가꿔진 조경은 사실 지역 기후와 토양에 맞는 새로운 소득 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농업 환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맨드라미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최지우

즉, 눈앞의 아름다움은 제주의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한 치열한 연구의 일부인 셈이다. 센터는 맞춤형 농업 기술 지도, 현장 컨설팅, 농기계 임대 사업과 실습 교육을 통해 제주 서부 지역 농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이 풍경은 제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와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거대한 아열대농업관의 발견

맨드라미 꽃밭
맨드라미 꽃밭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최지우

계절의 영향을 받는 야외 꽃밭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센터 본관 뒤편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숨어 있다. 바로 2,730㎡(약 825평)라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아열대농업관이다.

흔히 ‘선인장 온실’로 알려진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선다. 금호, 용설란 등 350여 품종의 선인장과 140여 품종의 다육식물이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으로 사막과 같은 건조 기후 환경을 재현하고 있다.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선인장부터 앙증맞은 다육식물까지,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진화한 식물들의 경이로운 생명력은 야외 꽃밭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은 특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입장료 없이 이처럼 전문적이고 방대한 규모의 아열대 식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제주도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주어진 특별한 혜택이다.

현명한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서부농업기술센터 맨드라미 꽃밭
서부농업기술센터 맨드라미 꽃밭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김지선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의 가장 중요한 방문 팁은 바로 운영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연구기관이기에, 관람 시간은 공무원 근무시간과 동일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한정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모든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니 헛걸음하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입장료주차료 모두 무료이며, 주차 공간도 매우 넉넉하다.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제주의 유명 유료 관광지와 비교하면, 이곳은 평일의 여유와 한적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보기 드문 장소다.

서부농업기술센터 야자수
서부농업기술센터 야자수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블로그 김지선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한 연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꿔진 공간이 주는 특유의 평화로움과 진정성은 다른 어떤 관광지에서도 느끼기 힘든 깊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제주 가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화려한 맨드라미의 유혹에만 머물지 말고 그 이면에 담긴 공공의 가치와 제주 농업의 미래를 함께 느껴보길 추천한다.

평일에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한다면,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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