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녹차마을, 동굴 포토존과 족욕 체험까지

해가 짧아지는 12월, 제주의 겨울바람은 생각보다 거세다. 한라산 중턱까지 구름이 낮게 깔리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창문을 꼭꼭 닫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의 녹차밭만큼은 계절을 거스른다. 겨울임에도 초록이 선명하고, 찬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위안은 더욱 깊어진다.
오설록이 서쪽의 대표 녹차밭이라면, 동쪽 표선면에는 관광객이 훨씬 적은 녹차밭이 있다. 광활한 녹차밭, 그리고 이곳엔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 난 천연 용암동굴까지 숨어 있다.
녹차밭 산책부터 동굴 포토존, 따뜻한 족욕 체험까지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이 공간은 제주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겨울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제주 화산회토가 키운 녹차밭의 조건

성읍녹차마을(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778)은 제주 동쪽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녹차 생산·판매 다원이다.
유기물 함량이 높고 물 빠짐이 좋은 화산회토와 깨끗한 화산 암반수가 녹차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며, 이 덕분에 차밭은 겨울에도 푸른 생기를 유지한다.
한라산과 영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구릉 지형은 단정하게 이랑을 이루고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천연 용암동굴이 만든 역광 인생샷

차밭을 따라 15~20분 정도 걸으면 성읍녹차동굴에 도착한다. 이 동굴은 제주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천연 용암동굴로, 한쪽 끝이 무너지며 입구가 드러난 구조다.
동굴 안쪽에서 입구를 향해 찍으면 역광이 만든 실루엣 사진이 완성되며, SNS에는 이미 1만 건 이상의 인증샷이 올라와 있다.
동굴 내부는 습하고 어두워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하지만, 여름엔 약 10도 이상 기온이 낮아 천연 냉장고처럼 시원함을 선사하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호지차 한 잔과 30분 녹차 족욕의 여유

차밭과 동굴을 둘러본 뒤엔 2층 카페 ‘오늘은 녹차한잔'(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중산간동로 4772)에서 따뜻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호지차 아이스크림(5,000원)은 일반 녹차의 1/3 수준인 카페인 함량 덕분에 저녁 방문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말차 쉐이크와 베이커리도 인기 메뉴다. 카페 운영시간은 09:00~17:30(라스트 오더: 17:00)이다.
1층에서는 녹차 족욕 체험이 가능하다. 정가는 12,000원이지만, 온라인 예약 시 8,500~9,000원대로 할인되기도 하니 참고하면 좋다. 매시간 정각에 시작되므로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며, 족욕 운영시간은 11:00~17:00로 안내되고 있다.
눈 내린 날, 초록과 흰색이 만든 겨울 풍경

중산간 지대 특성상 한라산 인근보다 적설량은 적지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녹차밭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초록 이랑 사이로 하얀 눈이 쌓이며 색의 대비가 선명해지고, 한라산 능선까지 눈으로 덮이면 배경까지 순백으로 물드는 편이다. 특히 이른 아침 첫눈이 내린 직후 방문하면 발자국 하나 없는 설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성읍녹차마을은 성읍민속마을(0.9km), 정의향교(1.0km), 영주산(2.1km) 등 제주 동쪽 관광지와 가까워 반나절 코스로 엮기 좋다.
넓은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방문 시간은 혼잡을 피하려면 오전 10시~정오가 적당하며, 겨울엔 강풍에 대비해 옷을 단단히 입는 것이 좋다.

성읍녹차마을은 제주 화산토가 키운 녹차와 천연 용암동굴, 따뜻한 족욕이 한 공간에 어우러진 곳이다. 오설록의 번잡함 대신 한적한 초록을 원한다면, 겨울 제주 동쪽 코스에 이곳을 더해보길 권한다.
차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속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은 계절의 경계를 잊게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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