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다들 여기 가는구나”… 바다·일몰 다 즐기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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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풍차해안도로
단순한 일몰 명소 이상의 가치를 품다

신창풍차해안도로 전경
신창풍차해안도로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 서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거대한 하얀 날개가 느릿하게 허공을 가르는 모습.

많은 이들이 그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이자 근사한 사진 배경으로 기억하는 이곳에는, 사실 우리가 몰랐던 더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제주의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 담긴 진짜 매력을 탐구하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워본다.

바람이 에너지가 되고, 풍경이 되다

신창풍차해안도로 풍차
신창풍차해안도로 풍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식 명칭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한경해안로 485 일대에 펼쳐져 있다. 이곳 풍경의 주인공은 단연 해상과 육상을 아울러 줄지어 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다.

이들은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한경풍력발전단지의 일부로, 총 36기의 발전기가 제주의 거센 바람을 실용적인 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약 78,302MWh에 달하며, 이는 제주도 내 약 29,650가구가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신창풍차해안도로
신창풍차해안도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탄소 없는 섬 2030’이라는 제주의 원대한 비전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장소인 셈이다.

다른 해안도로가 오직 자연의 아름다움에 기댄다면, 이곳은 자연과 기술이 빚어낸 경이로운 합작품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제주의 의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신창풍차해안도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게 된다면, 제주국제공항 4번 게이트에서 102번 버스를 타고 신창환승정류장(한경면사무소)에서 하차 후 도보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과거의 지혜와 현재의 낭만이 만나는 산책길

신창풍차해안도로 드라이브
신창풍차해안도로 드라이브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이 미래적인 풍경 바로 옆에는 제주의 오랜 지혜가 깃든 과거가 나란히 자리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생태체험장이 그 무대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검은 현무암으로 구불구불하게 쌓아 올린 원담이다. 이는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잡던 제주의 전통적인 돌담 그물이다.

전기나 동력 없이 오직 조수간만의 차와 자연 지형을 이용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풍력발전기라는 현대 기술과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신창풍차해안도로 모습
신창풍차해안도로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책로는 바다 위로 길게 뻗어 있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중간 지점의 하얀 등대와 다금바리를 형상화한 ‘자바리상’은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준다.

특히 이곳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썰물 때는 검은 현무암과 해초가 드러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밀물 때는 다리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차올라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다만, 만조 시에는 산책로 일부가 물에 잠길 수 있으니 방문 전 물때를 확인하고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신창풍차해안도로 노을
신창풍차해안도로 노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두드림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이곳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오후 늦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풍력발전기 실루엣 너머로 차귀도의 능선이 붉게 물드는 일몰은 제주 서쪽 최고의 풍경으로 꼽힌다.

또한 이곳은 제주 서부권 여행의 훌륭한 거점이 된다. 차로 10~15분 거리에 멕시코를 연상시키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 스노클링 명소로 떠오른 판포포구,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수월봉과 엉알해안이 있어 다채로운 여정을 계획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단순히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기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려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했던 제주의 풍경이 한층 더 깊고 풍요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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