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아래 80만 년 화산이 만든 제주 최고령 수성화산체

겨울 제주 바다는 예측할 수 없다. 아침에 잔잔하던 파도가 오후엔 거세게 일고, 어제 걸었던 해안이 오늘은 물에 잠긴다. 산방산 남쪽 해안가, 검은 암벽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내민 곳에서는 이런 변덕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80만 년 전 바닷속에서 분출한 화산이 만든 이 해안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모습을 감춘다. 천연기념물 제526호로 지정된 5만여 제곱미터 규모의 응회암층은 물때가 허락해야만 발을 들일 수 있는, 자연이 통제하는 공간이다.
간조와 만조가 그려내는 해안선의 리듬 속에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체가 품은 지질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바닷속 화구가 만든 600m 해식애

용머리해안(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216번길 24-32)은 약 80만에서 120만 년 전 수성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해안 지형이다. 바닷속 3개 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퇴적되며 응회암층을 만들었고, 이후 파도와 바람이 깎아내며 현재의 해식애와 파식대가 완성됐다.
해안선을 따라 약 600m에 걸쳐 이어지는 절벽은 높이 20~40m에 이르며, 용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용머리해안이라 불린다. 2011년 1월 13일 천연기념물 제526호 ‘제주 사계리 용머리 화산쇄설층’으로 지정된 이곳은 면적 51,132㎡의 보호구역으로 관리된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국가유산청은 이곳을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체 중 하나로 소개하며, 성산일출봉이나 수월봉과는 다른 화구 이동 양상을 보여주는 지질학적 가치를 강조하는 편이다. 산방산 돔형 화산체 남쪽 자락에 자리한 이 해안은 형제섬과 마라도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적 특성까지 갖추고 있다.
수평층리와 풍화혈이 새긴 시간

해안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응회암층 단면에 새겨진 수평층리와 사층리가 눈에 들어온다. 화산쇄설물이 수중에서 퇴적되며 만든 이 층리는 분출 당시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곳곳에 뚫린 풍화혈과 해식동굴은 수십만 년 동안 파도가 암석을 깎아낸 흔적이다.
절벽 곳곳에서 관찰되는 수직절리는 암석이 식으며 수축한 결과로, 지질 교육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구조다. 파식대 위로 난 탐방로는 간조 시간대에만 통과할 수 있다. 일부 구간은 만조가 되면 바닷물에 완전히 잠기기 때문에 하루 중 몇 시간만 개방되며, 연간 관람 가능일은 200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강풍이나 풍랑이 예보된 날에는 아예 출입이 통제되는 셈이다.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30~40분이 소요되며, 바위 표면이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운동화나 트레킹화 착용이 권장된다.
해녀 좌판과 하멜의 흔적

탐방로 중간중간에는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소라와 멍게를 판매하는 좌판이 설치돼 있다. 제주 해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은 관광지이면서도 여전히 생활이 이어지는 해안임을 보여준다.
입구 인근에는 1980년 4월 1일 한국국제문화협회와 주한네덜란드대사관이 건립한 하멜기념비가 서 있다. 1653년 제주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의 이야기를 기리는 이 기념비 옆으로는 하멜상선전시관도 자리하고 있어, 역사적 배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용머리해안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2022년 방영된 tvN 드라마 ‘환혼’에서 경천대호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이후 한류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검은 모래사장과 사구 지형이 발달한 인근 해변은 일반적인 제주 해변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진 촬영 포인트로 인기를 끈다.
간조 시간 확인과 연계 코스

용머리해안의 실제 관람 가능 시간은 물때와 기상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서귀포시 공영관광지 인스타그램(@6sot_official)에서 매일 아침 당일 관람 시간을 공지하므로,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문의는 064-760-6321로 하면 된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이며, 단체(10인 이상)는 어른 1,600원, 청소년·어린이 600원이다. 제주도민과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다.
공영주차장과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산방산과 산방굴사가 위치해 연계 방문이 가능하다. 화순금모래해변과 송악산 둘레길(약 2.8km)도 자가용으로 10~15분 거리에 있어, 서귀포 서남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로 엮을 수 있다.

용머리해안은 천연기념물이자 지질트레일이며, 해녀 문화와 역사 유적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다.
80만 년 전 화산 활동이 만든 응회암층과 연 200일도 채 볼 수 없는 간조의 시간은, 자연이 허락하는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제주의 원형을 담고 있는 셈이다.
간조가 만든 좁은 시간 창을 통해 제주 지질의 깊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물때표를 확인하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은 뒤 산방산 자락 해안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제주도 올랫길하면서 들ㅈ럿는데 좋아요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 너무비싸도 제주도 같으니 소주한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