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950m까지 차로 올라간다고?”… 편하게 단풍 즐기는 가을 힐링 드라이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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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적상산 드라이브
전망대·사찰까지 즐기는 명소

무주 적상산 드라이브
무주 적상산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을이면 어김없이 ‘단풍 명소’를 찾는 발길이 분주해진다. 그러나 꼭 등산화를 신고 헉헉대며 산을 올라야만 붉은 단풍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북 무주에 위치한 적상산은 자동차로 정상 가까이까지 오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고지대의 절경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해발 950m를 오르는 길 위에서 단풍과 절벽,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는 경험은, 그 어떤 등산보다 인상 깊다.

무주 적상산 드라이브

적상산 드라이브
적상산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주 적상산이 유독 붉게 빛나는 이유는 단풍나무 때문만이 아니다. 이 산의 본질적인 색은 바로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자색 퇴적암’에서 비롯된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적상산은 신라층군의 붉은 토양으로 이루어져, 가을이 되면 활엽수와 단풍나무가 물들며 산 전체가 불타는 듯한 빛을 낸다.

이 붉은 기운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산의 뿌리에서부터 스며든 고유한 지질의 색이다. 그래서 적상산은 예로부터 ‘붉은 치마를 두른 산’이라 불렸고, 실제로 이름 또한 이 붉은빛에서 유래했다.

단풍과 암석이 어우러진 절벽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오래된 시간과 마주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고려 장군의 시선에서 드라이버의 시선으로

적상산 가을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적상산은 드라이브 명소로 사랑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오랜 세월 전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세와 풍부한 수자원 덕분에, 고려 말 최영 장군은 이곳에 성을 쌓을 것을 건의했다.

이후 조선 시대에는 실제로 ‘적상산성’이 축조되었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4대 사고 중 하나였던 ‘적상산 사고’가 이곳에 세워졌다.

지금의 드라이브 코스는 단순한 관광도로가 아니라, 바로 그 옛 성곽의 길을 따라 이어진다. 자동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붉은 단풍과 기암절벽의 풍경은 단지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조선의 기록과 고려의 흔적이 공존했던 산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950m 고지로 향하는 붉은 드라이브

안국사
안국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적상산의 진가는 도로 위에서 드러난다. 727번 지방도에서 안국사 방향으로 접어드는 순간, 약 11km의 구불구불한 아스팔트길이 시작된다.

차창 너머로는 은행잎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단풍잎이 붉게 타오르며 하늘을 덮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점점 서늘해지고, 길은 마치 산의 혈관처럼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등산 대신 드라이브를 택한 이 길에서는 누구나 여유롭게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아이나 노부모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숨이 차오르는 산행 대신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이 드라이브는, ‘단풍 여행의 새로운 표준’을 보여주는 길이다.

고도 950m 부근에 이르면 산 아래로 펼쳐진 단풍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붉은빛 계곡 사이로 은빛 물줄기가 흐르고, 절벽마다 기암괴석이 눈길을 붙든다. 등산로의 고생 대신, 스티어링 휠 하나로 만나는 파노라마다.

가을의 절정을 마주하다

적상산 전망대
적상산 전망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드라이브의 종착지는 단연 ‘적상산 전망대’다. 특이한 굴뚝 모양의 이 건물은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무주양수발전소 홍보관이자,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된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붉은 단풍길이 실선처럼 산 아래로 길게 뻗어 있고, 멀리 덕유산 능선과 소백산맥의 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마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한 풍경은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적상산은 차로 정상 가까이 오를 수 있지만, 잠시 차를 세워 걷는 구간도 놓치기 아깝다. 안국사에서 시작해 안렴대, 송신중계탑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는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붉은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드라이브로는 느낄 수 없는 정취를 만난다.

걷기 좋은 코스와 함께 즐기는 가을 산책

또 다른 명소인 장도바위, 천일폭포, 송대폭포 등은 자연의 위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장도바위는 고려 최영 장군이 칼로 바위를 내려쳐 길을 냈다는 전설이 남아, 이 산의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무주 적상산은 단풍과 절벽, 역사와 드라이브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가을 명소다. 등산 대신 바퀴로 오르는 여유로운 여정은, 가을을 느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차로 오르며 만나는 950m 고지의 붉은 산,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끝없는 단풍의 바다는 그 자체로 완벽한 여행의 완성이다. 이번 가을, 굳이 땀 흘리지 않아도 되는 단풍 여행을 찾고 있다면, 적상산의 붉은 길 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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