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눈이 온 줄 알았어요”… 3만 평 하얀 꽃물결로 뒤덮인 구절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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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구절초정원
순백의 꽃물결로 물드는 전북 1호 지방정원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 사진=정읍시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는 으레 붉은 단풍이나 황금빛 은행나무를 떠올린다. 하지만 전라북도 정읍에서는 이 모든 색을 압도하는 순백의 파도가 친다. 소나무 숲 아래로 마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듯, 끝없이 펼쳐진 구절초의 장관이 그것이다.

이곳은 한때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불리며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았던 명소였다. 하지만 이 공간이 단순한 ‘출사 명소’를 넘어, 20년에 걸친 변화 끝에 ‘전라북도 제1호 지방정원’이라는 공식 타이틀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체육공원으로 시작해 마침내 가치를 인정받은 22만 제곱미터의 땅,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이 품고 있는 진화의 역사를 따라가 본다.

“망경대에서 제1호 지방정원까지, 20년의 변천사”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전경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전경 / 사진=정읍시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의 공식 주소는 전라북도 정읍시 산내면 청정로 926-65 일원이다. 이곳은 수려한 옥정호의 최상류, 그 경관이 워낙 뛰어나 예로부터 ‘경치를 바라보는 곳’이라는 뜻의 망경대라 불렸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잠재력은 오랫동안 방치되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체육공원’으로 처음 조성되었다. 이후 2006년, 소나무 숲 사이로 자생하던 구절초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재탄생하는 1차 변신을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7월 18일, 이곳은 단순한 테마공원을 넘어 체계적인 관리와 법적 지위를 갖춘 ‘전라북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이는 버려졌던 땅이 20년에 걸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을 정원 중 하나로 진화했음을 공인받은 순간이었다.

“22만 평의 솔숲, ‘슬로투어’를 완성하다”

정읍 구절초
정읍 구절초 / 사진=투어전북

‘전북 1호 지방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규모 또한 압도적이다. 확정된 공원 면적은 총 22헥타르(ha), 약 6만 6천 평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 중 구절초가 식재되거나 자생하는 경관 면적만 11헥타르(ha), 즉 3만 3천 평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 거대한 공간을 관통하는 핵심 콘셉트는 바로 솔숲 구절초와 함께하는 슬로투어(slow tour)이다. 이곳은 속도감 있게 둘러보는 관광지가 아니다. 옥정호 최상류의 산봉우리를 감싸고 흐르는 ‘추령천’을 따라, 실개천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일부이다.

매년 10월이면 옥정호의 새벽 안개가 솔숲 사이로 밀려들고, 그 안개와 이슬을 머금은 구절초가 고매한 자태를 뽐낸다. 방문객들은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기만 해도, 하얀 구절초의 바다에 푹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방문 전 확인 필수, 핵심 이용 정보”

정읍 구절초 축제
정읍 구절초 축제 / 사진=투어전북

특히 2025년 10월 21일 현재, 이곳에서는 ‘제18회 정읍 구절초 꽃축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축제는 10월 14일(화)부터 시작해 10월 26일(일)까지 13일간 열린다. 이 시기에 방문하면 구절초 꽃밭 음악회, 명사 초청 강연,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 만개한 구절초와 어우러진 다채로운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의 입장료는 정원 입장료와 동일하며, 성인 7,000원, 청소년·군인·경로우대자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중요한 점은 이 입장료에 각각 4,000원, 3,000원, 2,000원의 ‘정원사랑상품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농특산물 판매장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입장료 부담을 덜어준다.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코스모스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코스모스 / 사진=투어전북

다만, 축제 기간 외운영 시간이나 정기 휴무일, 주차료 정책에 대한 명시적인 정보는 공식 정보를 확인하거나 관련 기관에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정확하다.

‘망경대’라는 옛 이름처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던 풍경은 이제 20년의 노력을 더해 ‘전북 1호 지방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섰다. 이번 가을, 느린 걸음으로 솔숲과 구절초 사이를 거닐며 진짜 ‘슬로투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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