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들여 복원했다는데 무료라니?”… 단풍·계곡·이끼가 어우러진 7.7km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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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항골 숨바우길
숲과 단풍 사이를 걷는 7.7km의 힐링 트레킹 코스

정선 향골 숨바우길
정선 향골 숨바우길 / 사진=정선군 공식 블로그

강원도 정선은 가을이면 단풍 명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숨바우길’이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다.

한때 잊힌 옛길이었지만, 자연의 품을 그대로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난 이 길은 이제는 ‘명품 숲길 50선’에도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계곡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이끼 낀 바위,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이 7.7km의 숲길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싶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향골 숨바우길

정선 항골 숨바우길 가을 모습
정선 항골 숨바우길 가을 모습 / 사진=정선군 공식 블로그

향골 숨바우길은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에 위치한 총 7.7km의 트레킹 코스로, 한때 목재를 실어 나르던 임도였다.

시간이 흐르며 돌길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서서히 사라졌지만, 최근 8억 원의 예산을 들인 복원 사업을 통해 자연친화적인 숲길로 다시 태어났다.

길은 두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진입 구간은 3.4km, 찰한골을 따라 백석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4.3km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넉넉한 길폭 덕분에 전문 등산 장비 없이도 운동화 하나면 누구나 걷기 좋은 코스이다. 무엇보다 이 길의 매력은 ‘자연 그대로’라는 점이다.

계곡과 함께 흐르듯 이어지는 길목에는 모래소, 거북바위, 쌍폭포, 왕바위소 등 다양한 풍경이 이어지며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에는 옛 화전민 마을터와 성황당터도 남아 있어, 걷다 보면 어느새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을 쉬게 하는 숲 명상의 시간

항골 숨바우길 계곡
항골 숨바우길 계곡 / 사진=정선군

‘숨바우’라는 이름처럼, 이 길은 천천히 걷고, 쉬고, 바라보는 데 집중하는 산책길이다. 숲의 고요함 속에서 이끼 낀 바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듯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특히 숲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 계곡 위로 반사되는 물빛은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순간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중간중간 설치된 벤치와 포토존, 쉼터는 걷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며, 길 전체가 마치 하나의 힐링 공간처럼 느껴진다.

왕복 약 3~4시간이 소요되는 이 코스는, 걷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드문 길이다. 종교적이지 않아도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조용히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누구나 찾기 쉬운 명품 숲길

항골 숨바우길 폭포
항골 숨바우길 폭포 / 사진=정선군

숨바우길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접근성과 잘 갖춰진 편의시설이다. 정선 시내에서 3-2번 버스를 타고 ‘항골’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보 1분 거리에 바로 입구가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 이용도 어렵지 않다.

또한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북평면 북평리 445에 위치한 항골계곡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특히 정선군은 최근 약 10억 원을 들여 단체 관광버스 17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과 화장실을 조성해,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단체 방문객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항골 숨바우길 단풍 트레킹
항골 숨바우길 단풍 트레킹 / 사진=정선군

입장료는 없고 주차도 무료이다. 숲길 전 구간에는 비 오는 날에도 미끄럽지 않게 걸을 수 있도록 정비된 데크로드와 안전보행로가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에 적합하다.

향골 숨바우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 자연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숲속의 쉼터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풍경 속에서 걷고, 멈추고, 숨 쉬는 이 경험은, 여행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맑은 날, 이끼 낀 바위와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 아래를 걷는 순간, 비로소 일상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정선의 숨바우길, 지금 이 계절에 꼭 걸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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