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기지제 수변공원
노을·야경·수달이 공존하는 생태 명소

1934년, 드넓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약 9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저수지는 전주에서 가장 역동적인 신도시의 심장부에서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눈부신 야경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농업 시대의 유산이 21세기 도시의 ‘허파’로 화려하게 변신한 곳, 바로 전북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기지제 수변공원의 이야기다. 최근 완성된 최첨단 순환산책로는 이 극적인 변신의 정점을 보여준다.
“단절을 잇고, 장벽을 허물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장동 1121-1 일원에 펼쳐진 기지제 수변공원의 역사는 ‘연결’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과거 전북혁신도시와 만성지구 개발로 공원이 조성되었지만, 산책로는 중간중간 끊어져 있어 온전히 한 바퀴를 돌 수 없는 ‘단절’의 공간이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오랜 아쉬움에 전주시가 응답하여, 2020년 9월 기지제 전체를 잇는 순환 및 횡단 산책로가 완성되었다.새롭게 태어난 순환산책로는 총길이 1.79㎞에 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무려 1.16㎞ 구간이 물 위를 걷는 ‘수상 데크’라는 점이다.

마치 호수 위를 산책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이 길은 603m의 부드러운 육상 황톳길과 24m의 교량으로 이어지며 완벽한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성인 걸음으로 약 1시간이면 호수 전체를 조망하며 여유롭게 완주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혁신도시와 만성지구를 가로지르는 약 637m의 횡단 산책로는 두 지역을 오가는 시민과 학생들의 동선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연결’의 다리 역할을 한다. 더는 멀리 돌아갈 필요 없이,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며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실용적인 편의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도시와 자연의 완벽한 공존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왜 전주의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해 질 녘이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광활한 호수 표면에 그대로 반사되며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모든 것이 흥한다’는 의미를 담은 정자 만성루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밤이 되면 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호수를 둘러싼 혁신도시의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그 불빛이 잔잔한 수면에 어른거리며 홍콩의 야경 부럽지 않은 화려한 시티뷰를 만들어낸다. 전주의 다른 호수공원인 덕진공원이나 아중호수가 고즈넉한 매력을 지녔다면, 기지제는 최신 도시 경관과 자연이 결합된 독보적인 야경을 자랑한다.
이 화려함 속에는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 숨 쉰다. 산책로 곳곳에서는 억새와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습지에서는 다양한 철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이곳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어,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공간, 배려의 디자인

기지제 산책로의 가장 큰 미덕은 ‘배려’에 있다. 전주시는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도 불편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구간을 최대한 완만한 경사로 설계했다.
또한, 수달을 비롯한 야생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호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산책로 노선을 호수 중심부에서 최대한 멀리 배치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천연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어둠을 밝히는 경관 조명 역시 안전 확보는 물론, 밤의 정취를 더하는 미학적 기능까지 고려했다.
과거의 유산이 어떻게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기지제 수변공원. 단절을 잇고, 사람과 자연의 장벽을 허문 이 길 위에서 전주의 가장 빛나는 현재와 미래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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