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단풍 절경 즐기는 힐링 호수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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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용담호
미래의 쉼터 수천휴게소의 귀환을 맞다

용담호
용담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드넓은 호수는 말이 없다. 그저 잔잔한 물결 위로 산 그림자를 담아낼 뿐이다. 하지만 전북 진안의 용담호가 품은 침묵은 조금 더 깊고 무겁다.

수많은 마을의 기억을 끌어안고 생겨난 물의 땅, 이곳에 잊혔던 공간이 새로운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10여 년간 폐허로 시간을 보내던 수천휴게소가 마침내 부활을 예고하며, 용담호 여행의 새로운 서막을 열고 있다.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상실의 역사와 재탄생의 희망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 왔다.

용담호

용담호 모습
용담호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야기의 시작은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용담면·안천면·정천면 일원에 걸쳐 광활하게 펼쳐진 용담호의 한 귀퉁이에서 비롯된다. 2005년 용담댐 준공과 함께 문을 열었지만, 이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수천휴게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텅 빈 건물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의 일부였지만, 이제 진안군의 결단으로 새로운 심장을 얻게 되었다. 진안군은 최근 방치된 이곳을 전면 리모델링해 “호수와 정원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쉼터”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6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27년 1월이면 완공될 새 휴게소는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내부에는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와 여행객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들어서고, 외부에는 사계절 색을 갈아입는 정원과 고요한 산책로가 조성된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차를 세우고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여행이 되는 공간의 탄생이다.

고요한 물길 아래 잠겨 있는 시간의 풍경

용담호 단풍
용담호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영

이러한 변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용담호가 가진 태생적 배경 때문이다. 금강 상류를 막아 조성된 이 거대한 인공 호수는 진안군의 심장부였던 1개 읍(용담면)과 5개 면의 땅을 물 아래로 품으며 만들어졌다.

총 저수량 8억 1,500만 톤, 지금은 전주권을 비롯한 전북 지역에 하루 135만 톤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시작에는 68개 마을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그 아픔을 기리기 위해 호반 곳곳에는 ‘망향의 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용담대교 북단에 자리한 망향의 동산은 호수의 동서 양쪽 물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1752년(영조 28년)에 건립된 정교한 목조 건물인 태고정이 수몰 위기를 피해 1998년 고스란히 옮겨져, 물에 잠긴 고향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정자에 오르면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과 그 아래 잠긴 역사가 겹쳐지며 여행자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최고의 풍경

용담호 산책로
용담호 산책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의 진가는 길 위에서 드러난다. 정천면에서 용담면을 거쳐 댐 본체로 이어지는 795번 지방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인위적인 시설물이 거의 없어 자연 그대로의 호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굽이치는 길모퉁이마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을 단풍이 물들 때면 그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하며, 겨울의 설경 또한 고요한 아름다움으로마음을 사로잡는다.

용담호의 가을
용담호의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영

여행의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용담댐 정상에 위치한 용담댐물문화관 방문을 추천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이곳(매주 월요일 휴관)은 물의 소중함과 댐의 역할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망대에 서면 거대한 댐 구조물과 함께 아스라이 펼쳐진 호수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을 품고 묵묵히 흐르던 호수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10년의 잠에서 깨어날 수천휴게소는 단순한 건물의 재건을 넘어, 수몰의 아픔을 보듬고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다.

2027년,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바라볼 용담호의 풍경은 분명 오늘과는 또 다른 깊이와 온기를 전해줄 것이다. 스쳐 지나던 길이 머물고 싶은 목적지가 되는 순간을 기대하며, 다시 진안으로 향할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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