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못 하나 없이 세웠다고요?”… 42m 목탑 품은 CNN 선정 한국 최고 사찰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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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보탑사
황룡사 목탑 양식을 품은 산사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삼층목탑 / 사진=진천군 공식 블로그

겨울의 보련산은 고요하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길 끝, 단정한 선과 면으로 이뤄진 3층 목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42.73m 높이의 탑은 못 하나 없이 나무를 끼워 맞춰 세운 전통 건축의 결정체다.

이는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삼아 3층 양식으로 재현한 특별한 공간이며, 원형이 80m였던 것을 현대적으로 축소해 복원한 의미 깊은 사찰이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 하나로,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인 이곳의 겨울 풍경을 살펴봤다.

보탑사

보탑사 종탑
보탑사 종탑 / 사진=진천군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김유신길 641에 위치한 보탑사의 3층 목탑은 1992년 불사를 시작해 1996년 완공, 2003년 전체 사찰이 완성되기까지 23년이 걸린 복원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대목수 신영훈의 감독 아래 200여 명의 장인이 참여해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워 맞추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기둥만 29개에 달하며, 상륜부를 제외한 높이가 42.73m로 위용을 자랑한다.

2층 법보전에는 윤장대와 팔만대장경 번역본, 9톤에 달하는 돌판에 새겨진 한글 법화경이 자리하며, 3층 미륵전에는 미륵삼존불이 봉안되어 있어 각 층을 오르내리며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인 셈이다. 이 덕분에 전통 목조 건축의 정교함과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고려 초기 석비와 천년 전설이 어우러진 절터

보탑사 설경
보탑사 설경 / 사진=진천군

목탑 옆에는 보물 제404호로 지정된 진천 연곡리 석비가 서 있다.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비는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백비(白碑)’로, 오랜 세월 이곳이 사찰 터였음을 증명하는 역사의 흔적이다.

게다가 입구에는 수령 300~37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보호수가 방문객을 맞이하며, 적조전에 모신 와불과 영산전, 지장전, 산신각, 불유각 등 다양한 전각이 약 13,000㎡ 부지에 자리한다.

보탑사 영산전
보탑사 영산전 / 사진=진천군 공식 블로그

천왕문을 지나 범종각과 법고각을 거쳐 대웅전에 이르는 동선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데, 봄에는 철쭉과 작약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설경이 사찰을 감싸 마치 정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사찰 전체를 덮어 시원한 산사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한편 비구니 도량으로 지광·묘순·능현 스님의 발원으로 창건된 이곳은 고요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특히 돋보이는 편이다.

무료 입장에 주차비도 없는 여유로운 방문

보탑사 연못
보탑사 연못 / 사진=진천군 공식 블로그

보탑사는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다. 대중교통 이용 시 진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연곡리 방면 230번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약 26분 정도 걸린다.

한편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는 도보로 3분 남짓이며, 목탑 내부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인근 김유신 장군 탄생지와 연곡저수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며,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진천 농다리와 배티 성지까지 코스를 확장하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다.

보탑사 삼층목탑 모습
보탑사 삼층목탑 모습 / 사진=진천군 공식 블로그

천천히 목탑 계단을 오르며 각 층의 불상과 경전을 만나는 시간은 역사와 신앙, 자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못 하나 없이 세운 42m의 탑이 천 삼백 년 전 신라의 기술을 되살려 오늘에 이른 과정을 되새기다 보면, 고요한 산사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품은 이곳을 향해, 마음을 비우고 싶은 이들에게 한적한 겨울 오후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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