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 한 방울 없이 천 년을 버텼다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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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농다리
우리나라 최장 고대 돌다리

진천 농다리
진천 농다리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세금천을 가로지르는 돌들이 물살 위로 조용히 이어진다. 그 위를 한 발 한 발 건너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천 년 전 고려인의 손길을 밟는 셈이다. 석회 한 방울 없이 쌓아올린 돌들이 28개의 교각으로 이어지며 만든 곡선은, 하늘의 별자리를 땅에 옮겨놓은 듯 신비롭다.

이 돌다리는 고려 초기인 943년에 축조되어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부 손상되었다가 2008년 완전히 복원된 이후, 주변 산책로와 출렁다리까지 연결되어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천 년의 시간이 빚어낸 돌다리의 비밀과 그 주변에 펼쳐진 풍경을 살펴봤다.

진천 농다리

진천 농다리 전경
진천 농다리 전경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진천 농다리(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 601-32)는 고려 2대왕 혜종 재위 시절인 943년에 병부령을 지낸 진천 지역 호족 임희가 세금천을 가로질러 축조한 돌다리다.

하늘의 28수 별자리를 본떠 28개 교각으로 설계된 이 다리는 길이 93.6m, 폭 3.6m, 교각 높이 1.2m 규모로,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아 올렸다.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교차로 쌓아 상호 맞물림을 만들고, 크기가 다른 돌을 배치해 물의 저항을 줄이는 구조는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를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장마철에는 물이 다리 위로 넘쳐 흐르도록 설계해 침식을 막았고, 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으로 만들어 빠른 물살에도 견딜 수 있게 했다. 이 덕분에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지금도 사람들이 직접 건널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양한 산책로

하늘다리
하늘다리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농다리를 건너면 주변으로 다양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징검다리를 지나 인공폭포를 만나고, 그 너머로 메타세쿼이아길이 황금빛 나무 터널을 이루며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국적 풍경과 초평호의 잔잔한 수면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1.8km의 황톳길을 따라 걸으면 미호천 전망대에 다다르고, 국내 최장 무주탑 현수교인 미르309 출렁다리(길이 309m)를 만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미르309는 성인 1,650명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초평호 위를 가로지르며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약 3km의 초롱길 트레킹 코스는 농다리-전망데크-수변데크-하늘다리-농암정-농다리로 이어지는 순환로로, 천천히 걸으면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촬영 명소

메타세쿼이아길
메타세쿼이아길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진천 농다리는 드라마 촬영 명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돌다리와 주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이 영상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래시계》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의 작품에서 이곳의 신비로운 다리 모양과 주변 풍경이 등장하면서, 드라마 팬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 자리 잡았다.

농암정과 천년정 같은 누각에서는 농다리 전체와 초평호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주변에는 수변데크가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되어 있고, 정자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미르309 출렁다리
미르309 출렁다리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진천 농다리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24시간 상시 개방되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주차장은 무인 정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회차 차량 기준 1시간까지 무료이고 이후 30분당 승용차 4,000원, 대형차 8,000원이 부과되며 12시간 초과 시 5만 원이 청구된다.

주차장은 무인 정산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깔끔한 화장실과 농다리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어 편의성이 높다. 미르309 출렁다리는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 마감은 운영 종료 30분 전이다.

돌다리 표면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안전한 신발을 착용하고, 돌다리가 부담스러운 경우 왼쪽의 현대식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진천 농다리 풍경
진천 농다리 풍경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황은미

진천 농다리는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우리나라 최장 고대 돌다리이자,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가 담긴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석회 없이 쌓아올린 28칸의 교각, 메타세쿼이아길이 만든 황금빛 터널, 초평호 위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까지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셈이다.

돌 하나하나에 담긴 시간의 무게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 천 년의 역사와 자연이 함께 만든 특별한 여정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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