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까지 안 가고 이런 문화유산을?”… 축제까지 즐기는 천 년 된 28칸 석교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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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농다리
봄 축제와 함께 만나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

진천 농다리
진천 농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희완

겨울의 끝무렵, 세금천 수면 위로 봄볕이 내려앉는다. 강물은 붉은빛 돌다리를 조용히 어루만지며 흘러가고, 다리 너머 초평호에는 벚꽃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잔물결을 일으킨다. 이 고요한 풍경 속으로 한 달간의 봄 축제가 찾아온다.

사력암질 붉은 자연석을 물고기 비늘처럼 켜켜이 쌓아 올린 교각, 지네가 물을 건너는 듯한 완만한 곡선, 접착제 한 점 없이 천 년 가까이 버텨온 건조식 구조. 살아서는 농사 짓기 위해, 죽어서는 꽃상여에 실려 건너던 사람과 공존해온 이 돌다리는 1976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공식 역사 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세금천을 가로지르는 고려 석교의 내력

진천 농다리 모습
진천 농다리 모습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희완,AI

진천 농다리(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구곡리 601-32 일원)는 세금천을 가로질러 놓인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 제28호 석교다. 고려 초 임장군이 쌓았다는 향토 기록이 전해지며, 수백 년의 풍수해를 견뎌온 현존 고려시대 돌다리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1976년 12월 21일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명칭은 ‘진천농교’였으나 이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긴 세월 일부 교각이 유실돼 24칸만 남았던 시기도 있었으나, 2008년 복원 사업을 통해 원형인 28칸 구조를 되찾았으며 지금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붉은 자연석이 만든 28칸 곡선 교량 구조

진천 농다리 풍경
진천 농다리 풍경 / 사진=진천군

총 길이 93.6m, 폭 3.6m, 교각 높이 약 1.2m의 농다리는 28칸 교각으로 이루어진 곡선형 석교다. 사력암질 붉은 자연석을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촘촘히 쌓아 교각을 만들었으며, 석회 등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조식 구조로 완성됐다. 생김새가 저마다 다른 자연석들이 서로 맞물리며 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셈이다.

상판석은 길이 1.3~1.7m, 폭 0.6~0.8m, 두께 0.16~0.2m의 돌 1~2매를 얹어 마감했다. 지네가 물을 건너는 듯 완만히 휘어진 형태는 물의 흐름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드라마 《모래시계》와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방문객들의 포토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제26회 농다리축제, ‘봄을 건너는 발자욱 아트피크닉’

농다리축제
농다리축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6년 제26회 농다리축제가 4월 4일부터 26일까지 농다리 일원에서 한 달간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봄을 건너는 발자욱, 농다리 아트피크닉’으로, 농다리와 초평호의 자연경관 속에서 방문객이 여유롭게 쉬며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농다리에서 출렁다리까지 왕복 약 3km 수변 코스를 걸으며 초평호의 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하늘다리까지 더하면 왕복 약 4.5km로 1.5~2시간이 걸린다.

황토맨발숲길과 수변데크, 인공폭포 전망데크가 코스 안에 어우러져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농다리 스토리움에서는 석교의 역사와 구조를 전시물로 확인할 수 있어 축제 방문 전후로 들러볼 만하다.

운영 시간·주차 요금과 방문 전 체크리스트

지난 농다리축제 모습
지난 농다리축제 모습 / 사진=진천군

농다리 입장은 무료이며 별도 휴관일은 없다. 야간 조명시설이 없어 일몰 이후 입장은 제한되므로 주간 방문이 원칙이다. 초평호 미르309 출렁다리는 하절기(3~10월) 09:00~18:00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종료 30분 전이다. 농다리와 출렁다리 모두 호우·태풍·강풍 등 기상특보 발효 시 진입이 통제되므로 출발 전 공지 확인이 필요하다.

주차장은 30분 이내 무료이고, 30분 초과 시 승용차 4,000원·버스 8,000원이 당일 12시간까지 일괄 부과된다. 12시간을 넘기면 50,000원이 청구되며, 장애인·국가유공자·경차·친환경 차량은 50% 할인, 진천군민은 평일 무료·주말 50% 할인이 적용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진천터미널에서 문백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중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진천농다리 걷는 시민들
진천농다리 걷는 시민들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희완,AI

생김새가 다른 돌들이 서로를 붙잡으며 천 년을 버텨온 농다리는, 단순한 석교가 아니라 사람과 계절이 함께 건너온 공간이다. 봄볕 아래 그 위를 걷는 일은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통과하는 경험으로 남는다.

올 봄, 축제의 기운이 더해진 농다리와 초평호를 찾아 93.6m의 시간 위를 천천히 건너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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