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 천년을 버텨온 붉은 돌다리의 봄

봄볕이 세금천 수면 위로 내려앉는 오후, 붉은 돌다리 하나가 물결 위에 낮게 엎드려 있다. 석회 한 점 쓰지 않고 돌을 쌓아 올린 이 다리는 고려 초부터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수백 년의 물살을 품은 채 여전히 사람의 발걸음을 받아낸다.
물고기 비늘처럼 층층이 맞물린 사력암질 붉은 돌은 상단으로 갈수록 폭과 두께가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유수의 저항을 스스로 흘려보내는 셈이다. 1976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 제28호로 지정된 이 다리는 현재까지도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봄은 이 천년 다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4월이면 수변을 따라 벚꽃과 봄 풀이 피어나고, 강 건너 초평호 방향으로는 산책 코스가 이어진다.
고려 초 임장군이 쌓은 93.6m 석교

진천 농다리(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 601-32)는 세금천 위에 놓인 길이 93.6m, 폭 3.6m의 돌다리다. 교각 높이 1.2m, 교각 간 내폭 80cm로 설계된 28칸 구조이며, 사력암질 붉은 돌을 석회 없이 쌓아 올린 건쌓기 방식이 핵심이다.
『상산지』와 『조선환여승람』에는 고려 초 임장군이 이 다리를 축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수백 년간 크고 작은 수해를 거치며 교각 일부가 유실되기도 했다.
2008년 복원 사업을 통해 28칸 전체가 원형 가까운 모습으로 되살아났고, 인근에는 농다리의 역사와 구조를 한눈에 짚어볼 수 있는 농다리 스토리움이 함께 자리한다.
충청권 최대 규모 미르309 출렁다리와 수변 산책

농다리를 건넌 뒤 초평호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미르309 출렁다리가 기다린다. 길이 309m의 무주탑 현수교로, 케이블만으로 상판을 지탱하는 구조가 독특하며 충청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고 입장은 마감 30분 전까지 가능하다.
수변데크와 황토맨발숲길, 인공폭포 전망데크, 농암정, 천년정 등의 시설이 코스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걷는 즐거움이 이어진다. 기상특보 발효 시에는 미르309 출입이 전면 통제되므로, 방문 전 날씨 확인이 필요하다.
봄을 건너는 발걸음, 농다리 아트피크닉 축제

매년 봄 농다리 일원에서는 생거진천 농다리축제가 열린다. 제26회 축제는 2026년 4월 4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진행되며, 주제는 ‘봄을 건너는 발걸음, 농다리 아트피크닉’이다.
생거진천문화재단이 주관하며, 농다리가요제와 상여다리건너기 재연, 버스킹, 플라이보드, 재즈 콘서트, 전통무예, 충주시립우륵공연단 초청 공연 등이 펼쳐진다.
푸드트럭존과 플리마켓, 농특산물 장터, 농다리 역사·전설 해설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입장 무료, 주차 요금과 이용 안내

농다리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되나, 기상특보 발효 시 진입이 금지되고 야간 조명이 없어 일몰 후에는 입장할 수 없다.
주차는 농다리 스토리움 주차장(문백면 농다리로 1032-11)을 이용하며, 30분 이내는 무료이고 30분 초과 시 승용차 기준 12시간 미만 4,000원, 12시간 이상 50,000원이 부과된다. 버스는 12시간 미만 8,000원이다.
장애인·국가유공자·경차·친환경차는 50% 할인되며, 진천군민은 평일 무료, 주말·공휴일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 대중교통은 진천터미널에서 문백 방향 시내버스를 탄 뒤 중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천년을 버텨온 붉은 돌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간 기록이다. 과학적 설계와 장인의 손길이 빚어낸 구조물이 지금도 물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직접 발을 디뎌본 뒤에야 실감된다.
봄 햇살 아래 세금천을 건너고 초평호 출렁다리까지 이어지는 산책을 원한다면, 4월의 진천 농다리 축제 기간에 맞춰 찾아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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