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 방문해야 할 명소라는데?”… 5km 둘레길 따라 걷는 신비한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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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금호지
신라부터 이어져 온 전설과 숨결

금호지 풍경
금호지 풍경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겨울의 정취가 내려앉은 경남 진주의 풍경은 유독 고즈넉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따뜻한 햇볕을 찾아 나서기 마련인데, 이곳에는 신라시대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아주 특별한 저수지가 있다.

약 20만 제곱미터(6만 평)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단순한 수변 공원을 넘어 수천 년의 시간과 신비로운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 장소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맑은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왜 이곳이 그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는지 몸소 느끼게 된다.

진주 금호지

금호지 모습
금호지 모습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이곳은 예부터 범상치 않은 전설을 품고 있다.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 황룡과 청룡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는데 이때 청룡이 땅으로 떨어지며 꼬리로 지면을 강하게 쳤다고 전해진다. 그 거대한 충격으로 파인 자리가 바로 지금의 호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청룡이 머문 자리라 그런지 수심은 평균 5.5m에 달하며 물빛은 유독 맑고 푸르다. 흥미로운 점은 사후 세계에 대한 민담이다.

염라대왕이 죽어서 온 사람에게 “진주 금호지를 둘러보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산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명소로 꼽혔다.

W자 곡선을 따라 걷는 물 위 산책로

금호지 소망교
금호지 소망교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호수의 전체적인 모양은 알파벳 W자를 닮아 있어 굴곡이 매우 다채롭다. 덕분에 5km에 달하는 둘레길을 걷는 동안 지루할 틈 없이 매번 새로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잔잔한 물결 위를 가로지르는 소망교는 2017년 7월에 개통된 이곳의 명물이다.

길이 86m, 폭 3.5m로 조성된 이 다리는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걷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다. 전체 둘레길을 완주하려면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 소망교를 이용하면 코스를 가로질러 약 1시간 정도로 단축할 수도 있다.

산책로 대부분이 평지라 어르신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걸음을 옮기기에 좋다.

퇴계 이황이 남긴 시

금호지 퇴계 이황 시비
금호지 퇴계 이황 시비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호숫가 한쪽에는 이곳의 깊은 역사를 증명하는 특별한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조선시대의 대유학자 퇴계 이황의 자취다.

1533년 1월, 진주를 지나던 그는 이곳의 정취에 반해 시 한 수를 남겼다. 비가 내리는 청곡사 앞 풍경과 차가운 물줄기를 노래한 그의 시는 오늘날 시비로 세워져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약 500년 전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신라시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서 깊은 저수지는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문인들의 쉼터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전설 속 청룡의 이야기와 퇴계 이황의 문학적 감수성이 공존하는 덕분에, 단순히 걷는 것 이상의 인문학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금호지 소나무
금호지 소나무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진주 금호지(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 금산순환로587번길)는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라는 점은 큰 장점이다. 주차장과 화장실은 물론, 걷기 후 피로를 풀 수 있는 세족장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무인카페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진주역에서 차량으로 30~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훌륭하다. 다만 주말이나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방문객이 집중되어 다소 북적일 수 있다. 고즈넉한 호수의 진면목을 조용히 만끽하고 싶다면 평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 시간을 공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금호지 산책로
금호지 산책로 / 사진=경상남도 공식 블로그 김혜영

청룡의 전설부터 퇴계 이황의 시구까지, 금호지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5km의 물길을 따라 걸으며 전설과 역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힐링의 시간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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