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두 유네스코 사찰이 무료로 열린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의 발길은 본능처럼 산으로 향한다.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과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낙엽 소리, 그리고 시야를 가득 채우는 오색 단풍의 향연은 가을 산행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한 기쁨이다.
이 계절, 전남 순천의 조계산도립공원은 그 매력이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11월의 낭만’을 이야기할 때, 정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다. 하나는 상상 이상의 ‘혜택’이며, 다른 하나는 치명적인 ‘함정’이다. 2025년 가을, 조계산을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했다.
“두 개의 유네스코 사찰, 입장료가 ‘0원’입니다”

가장 반가운 소식부터 전한다. 조계산도립공원은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승주괴목1길 일원에 걸쳐 있으며, 그 품 안에 한국 불교의 양대 산맥인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다.
과거에는 이 두 사찰을 방문하려면 각각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2023년 5월 4일부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국가가 그 비용을 지원하게 되면서, 선암사와 송광사 모두 입장료가 ‘전면 무료’로 전환되었다. 이제 두 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짜’라는 매력에 이끌려 11월에 섣불리 등산 계획을 잡는 것은 위험하다. 그전에 당신의 여행 목적이 ‘산책’인지 ‘등산’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조계산은 방문객에게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가을을 제안한다.
1.5시간의 명상, 법정스님의 ‘무소유길’

만약 당신의 목적이 붉게 물든 단풍 숲에서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면, 송광사에서 시작하는 ‘무소유길’이 정답이다.
이 길은 송광사 주차장 인근에서 시작해 법정스님이 생전에 기거하며 《무소유》를 집필했던 ‘불일암’까지 이어지는 1.3km~1.5km 남짓의 숲길이다. 왕복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대나무 숲과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이 길은 경사가 가팔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법정스님이 사랑했던 그 길을 걷는 것, 이것이 조계산이 제안하는 첫 번째 가을이다.
3~5시간의 종주, 두 사찰을 잇는 ‘조계산 횡단’

만약 당신이 조계산의 붉은 능선을 직접 밟고, 정상에서 터지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등산객’이라면, 본격적인 종주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선암사에서 출발해 조계산 능선을 넘어 송광사로 하산하거나, 그 반대로 향하는 본격적인 산행이다. 중간에 ‘굴목재’를 경유하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가 약 6.5km로 3시간 이상 소요되며,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해발 884m)까지 오를 경우 9km 이상, 4~5시간이 걸린다.
‘무소유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체력과 준비가 필요하지만,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인 단풍의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경험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하나의 산, 두 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계산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단풍 때문만이 아니다. 선암사와 송광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선암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으로, 그 입구에서 만나는 아치형 다리 승선교(보물 제400호)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꼽힌다. 단풍 든 계곡과 어우러진 승선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한 가을의 초상이다.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불린다. 불(佛), 법(法), 승(僧) 삼보 중 ‘승(스님)’을 상징하는 사찰로, 한국 불교의 맥을 이어온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성지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길’이 시작되는 곳이자, 그 자체로 깊은 사색의 공간이다.
가을의 절정은 10월 말부터 11월 초로 관측된다. 동절기(11월~) 입산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주차는 선암사 주차장 기준 소형 2,000원의 유료 요금이 발생한다.
무료로 개방된 두 개의 고찰과 법정스님의 숲길을 걷는 1.5시간의 산책, 혹은 통제 직전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4시간의 능선 종주. 2025년 가을, 조계산은 당신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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