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보수공사 끝나고 완전 재개방

겨울 동해는 거칠다는 편견을 깨는 순간이 있다. 파도가 잔잔한 어느 2월 오후, 해안 절벽 위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 펼쳐진 암석 층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검푸른 바다와 하얀 포말, 그 사이로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만든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다.
이 탐방로는 한때 군 정찰로로만 사용되던 곳이었다. 2017년 조성 이후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230만 년 전 지각변동이 만든 해안단구는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보수공사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던 이곳이 2026년 2월 2일부터 전 구간 개방에 들어갔다.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3km를 온전히 걸으며 동해의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230만 년 지질 역사를 품은 해안단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 114-3, 심곡매표소 기준)은 정동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3.01km의 해안 탐방로다.
해안 절벽 위로 조성된 이 길은 23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형성된 해안단구를 따라 걷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과거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사용되던 곳이었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될 수 있었고, 2017년 조성 이후 국내외 탐방객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명 유래도 흥미롭다. 정동(正東)은 한양 경복궁에서 정동쪽 방향에 위치한 데서 비롯됐으며, 심곡(深谷)은 깊은 골짜기 안 마을이라는 뜻이다. 두 지점을 잇는 이 탐방로는 부채를 펼친 듯한 지형 덕분에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투구바위부터 전망타워까지, 구간별 볼거리

탐방로는 편도 약 50~60분이 소요되며, 구간마다 독특한 볼거리가 기다린다. 출발 지점인 정동항을 지나면 투구바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 돌출된 암석이 마치 투구를 닮아 이름 붙여졌으며, 파도가 부딪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어서 나타나는 부채바위는 탐방로 이름의 유래가 된 곳으로, 퇴적층이 부채꼴로 펼쳐진 형태가 인상적이다.
하늘길 구간은 절벽 위로 난 좁은 길이 아찔한 높이감을 선사한다. 발아래로는 검푸른 동해가, 머리 위로는 탁 트인 하늘이 펼 특히 이 구간에서는 암석 층리가 선명하게 관찰되어 지질학적 가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거북바위를 지나 심곡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전망타워가 나타나며, 이곳에서는 탐방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2024년 연장구간 추가, 접근성 대폭 개선

2024년 4월 15일에는 정동항까지 640m 연장구간이 신규 개방되며 탐방로가 더욱 확장됐다. 이 구간은 계단 없이 평탄하게 조성되어 노약자나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 구간과 달리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배려됐다.
방탄소년단 RM이 휴가 중 방문해 인증샷을 남긴 곳으로도 유명하며, SNS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25년 11월 16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보수공사가 진행되며 일부 구간이 통제됐으나, 2월 2일부터 전 구간이 다시 개방됐다. 심곡매표소 3개소, 정동매표소 3개소의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편의성이 높으며, 정동진 일대 여러 공용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양호하다.
하절기 09:00~17:30, 풍랑특보 시 통제

운영시간은 계절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하절기(4~10월)에는 09:00부터 17:30까지 운영되며 매표는 16:30까지 가능하다. 동절기(11~3월)에는 09:00부터 16:30까지 운영되고 매표는 15:30에 마감된다. 입장료는 일반 5,000원, 청소년·군인 4,000원, 노인·어린이 3,000원이며, 30인 이상 단체의 경우 일반 4,500원으로 할인된다.
동해안 기상 특성상 풍랑주의보나 풍랑경보 등 기상특보 발령 시에는 안전을 위해 탐방로가 전면 통제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상 변화가 잦아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https://searoad.gtdc.or.kr)나 심곡매표소(033-641-9445), 정동매표소(033-641-9444)를 통해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심곡항에서 정동항까지 버스가 운행되어 편도 이용객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230만 년 지질 역사와 동해의 원초적 풍경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군 정찰로였던 과거가 오히려 자연 보존의 기회가 됐고, 지금은 누구나 걸으며 시간의 흔적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 길로 거듭났다.
겨울 동해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파도가 잔잔한 2월의 어느 날 이곳으로 향해 절벽 위 탐방로를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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