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마이산 탑사, CNN이 주목한 98세 노승이 평생 쌓은 80개 돌탑의 비밀

1억 년 전 호수 바닥이 만든 역암 지형과 타포니 절벽

마이산 탑사 불상
마이산 탑사 불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산자락에 차가운 바람이 몰아친다. 깎아지른 암봉 사이로 하얀 눈이 내려앉으며, 그 아래 80여 개의 돌탑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접착제 한 방울 없이 균형만으로 100년을 버텨낸 이 탑들은 한 사람의 신념이 만든 기적이다.

2020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 하나로 지목된 이곳은 자연과 인공이 빚은 조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해발 687m 암봉과 돌탑이 어우러진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겨울 설경은 그중에서도 가장 고요한 장관을 선사하는 셈이다.

깊은 산속 한 개인의 평생이 쌓아 올린 성지는 이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돌탑의 비밀과 역고드름이 거꾸로 솟는 신비로운 현상까지, 마이산 탑사는 자연이 만든 기암과 인간이 쌓은 신념의 만남으로 기억된다.

해발 687m 암봉 아래 자리한 돌탑 성지

마이산 탑사 돌탑
마이산 탑사 돌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8에 위치한 마이산 탑사는 깎아지른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중턱에 자리한 사찰이다.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가 동서로 마주 보는 독특한 지형 속에 위치한 이곳은 1979년 마이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76년에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35호로 등재된 문화유산이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역암으로 이루어진 마이산은 약 1억 년 전 호수 바닥이었다가 7천만 년 전 융기한 지질학적 희귀성을 지닌다.

타포니 지형이라 불리는 풍화 패턴이 암봉 전체를 덮고 있으며, 이 깎아지른 절벽 아래 80여 개의 돌탑이 모여 있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흐리는 편이다.

98세 노승이 평생 쌓은 80개 돌탑의 전설

마이산 탑사
마이산 탑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탑의 역사는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 16대손인 이갑룡(1860~1957)은 25세에 마이산에 입산해 98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이곳에서 수행했다.

그가 쌓은 돌탑은 당초 약 120기에 달했으나 풍화와 손상으로 현재는 80여 기가 남아 있으며, 높이는 최소 1m에서 최대 13.5m까지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탑은 천지탑(부부탑)으로, 이갑룡이 3년간 고행 끝에 1917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58세였던 그는 일체의 접착제나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으며, 이 탑들은 강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놀라운 균형을 보인다.

마이산 탑사 단청
마이산 탑사 단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중앙탑은 바람에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복구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전해지며, 월광탑과 일광탑 등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탑들이 경내 곳곳에 자리한다.

1979년 한국불교태고종에 정식 등록된 탑사는 대웅전(1986년 신축), 산신각, 영신각(나한전, 1996년 신축), 종각(1997년 신축) 등의 전각을 갖추고 있다. 이 모든 시설은 돌탑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한 개인의 신념이 만든 성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역고드름과 계절마다 다른 풍경의 매력

마이산도립공원 설경
마이산도립공원 설경 / 사진=마이산도립공원

마이산 탑사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봄에는 입구 3km 진입로를 따라 벚꽃 터널이 펼쳐지며, 가을에는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단풍이 절정에 달한다. CNN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계절별 변화와 자연·인공의 조화였으며, 특히 겨울 설경은 암봉과 돌탑이 어우러진 장관을 완성한다.

겨울철 마이산에서는 역고드름 현상이 관찰된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천왕문을 통과하는 강렬한 하강 바람이 불단의 물을 역방향으로 결빙시키는 이 현상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셈이다.

게다가 비룡대 전망대에 오르면 마이산 두 봉우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탑영제에서는 돌탑이 물에 반영된 모습을 촬영할 수 있어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입장료 3천 원에 사계절 개방, 접근성도 우수

마이산 탑사 모습
마이산 탑사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탑사는 하절기(3월~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학생과 군인은 2,000원, 어린이는 1,000원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마이산 탑사는 한 개인의 신념과 자연의 조화가 빚은 독특한 공간이다. CNN이 선정한 국제적 명성과 드라마 촬영지로서의 문화적 가치는 이곳을 단순한 사찰 이상의 의미로 만들었으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방문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겨울 설경 속 고요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탑사로 향해 98세 노승이 평생 쌓은 돌탑 앞에 서 보길 권한다. 접착제 없이 균형만으로 100년을 버틴 그 탑들 앞에서 삶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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