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계곡 명소

깊은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그리고 바위 아래 잠들어 있다는 용의 전설. 이름조차 신비로운 ‘호박소’는 단순한 계곡이 아니다.
수십만 년 동안 다듬어진 백옥 같은 바위와 청량한 물줄기, 그리고 옛이야기가 얽힌 이곳은 밀양의 숨은 보석이다. 보기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함과 오래된 전설이 어우러진 이 장소는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호박소는 재약산에서 흘러내린 얼음골과 가지산 줄기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 밀양 산내면 시례마을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호박’이라는 이름은 옛 방앗간에서 쓰이던 절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으며, 실제로도 움푹 패인 못이 바위에 깎여 마치 하나의 그릇처럼 완성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못은 단순히 지형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이 오랜 세월 정성스럽게 조각한 예술품처럼 보인다.

이곳에는 이무기가 용이 되어 잠들어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일까, 예로부터 이곳은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로도 유명했다.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았던 호박소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로 기억되었고, 그래서인지 여전히 깊이를 다 알 수 없다는 말이 전해진다.
옛날 사람들은 명주실 한 타래를 모두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고 했을 만큼 그 깊이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수십만 년 동안 물살에 씻겨 만들어진 호박소는 화강암 지대에 형성된 ‘포트홀(pothole)’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형태를 지닌 곳으로 손꼽힌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한국의 명수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고, 백련사나 오천 평 반석, 형제소, 그리고 물줄기가 떨어지며 만들어낸 작은 폭포 등 주변 명소와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예술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호박소는 동시에 매우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수심이 얕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얕은 곳도 2m 이상, 깊은 곳은 5m를 넘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구간이 수영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물가 근처에만 있어도 구명조끼 착용이 권장된다. 아름다움에 취해 무모하게 다가갔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지정된 물놀이 구역 외에는 접근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용이 잠든 전설, 수천 년의 시간이 만든 예술, 그리고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이 쌓인 공간. 밀양의 호박소는 그 깊이만큼이나 다층적인 매력을 지닌 여행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엔 너무 아까운 이 계곡은 신비롭고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곳이다. 자연 앞에 겸손한 태도로 다가설 때, 호박소는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조금씩 드러낸다.
올여름, 시원한 계곡과 함께 깊은 이야기가 있는 이곳에서 잠시 머물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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