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설 속 바위”… 해발 670m를 차로 올라가는 신비로운 산사 명소

입력

수정

밀양 만어사
전설과 자연이 함께 만든 산사

밀양 만어사
밀양 만어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경남 밀양 삼랑진의 깊은 산중으로 향하면,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물고기 떼가 산을 뒤덮은 듯한 돌들이 사찰 주변을 가득 메우고, 손끝으로 톡 두드리기만 해도 맑은 종소리가 은은하게 번진다.

오랜 전설과 자연 현상이 함께 남긴 흔적 속에서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또 다른 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까지 들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경험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만어사다.

밀양 만어사

만어사 돌무더기
만어사 돌무더기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로 776에 위치한 만어사에 이르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사찰 앞에 끝없이 이어지는 돌무리다. 모양새가 물 위를 헤엄치는 물고기 떼와 닮았다고 하여 예로부터 기이한 장소로 알려져 왔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가락국 수로왕이 악귀와 독룡을 다스리기 위해 부처의 설법을 청했을 때, 그 자리에 모여든 용과 물고기들이 감화되어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돌들은 두드리면 맑은 쇳소리가 나 ‘종석’으로 불리고, 이러한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제528호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크다.

만어사 풍경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안개가 낮게 깔리기 시작하는 날이면 산 아래로 구름이 물결처럼 흐르며 ‘운해’가 된다. 이 장관이 너무도 아름다워 밀양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돌을 들어 올리며 비는 소원

소원돌
소원돌 / 사진=밀양시 공식 블로그 이유진

만어사의 매력은 단순히 전설에 그치지 않는다. 경내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자연의 신비와 불교적 상징성이 한 공간에 조화롭게 자리한 풍경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어산불영’은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모신 독특한 형식의 공간으로, 경상남도기념물 제152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불상을 모시는 자리에 이처럼 바위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바위에는 예로부터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믿음이 전해져 조용히 합장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찰 주변에는 소원돌 체험도 이어지는데, 돌을 들어 올리며 마음속 간절한 하나를 담아보는 의식 같다. 돌은 다소 묵직하지만 성인은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여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체험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삼층석탑과 대웅전을 천천히 살펴보다 보면, 고요한 산사 특유의 정취에 마음이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접근성 좋은 힐링 여행지

밀양 만어사 풍경
밀양 만어사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만어사는 해발 약 670m대의 만어산 8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지만, 의외로 접근이 무척 편하다. 주차장은 사찰 입구 바로 앞에 자리해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경내와 마주하게 된다.

등산이 부담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이유다. 부모님과 함께 찾기에도 좋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깊은 숲속에 묻혀 있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천천히 스며든다. 전통 건축물이 자연과 겹쳐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굳이 많은 이동을 하지 않아도 주변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마음을 채우는 느낌이 든다.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고, 사색하며 잠시 머물기에도 더없이 적당한 여행지다.

만어사 사찰
만어사 사찰 / 사진=밀양시 공식 블로그 이유진

운영 시간은 계절과 일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므로 여유로운 오후나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공식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되므로, 당일 일정에 맞춰 시간만 잘 조율하면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주차와 입장 모두 무료라 부담 없는 나들이 코스를 찾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밀양 만어사 전경
밀양 만어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만어사는 신비로운 자연 현상과 오랜 전설, 그리고 고요한 산사 풍경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종처럼 울리는 만어석은 밀양 3대 신비 중 하나로 불릴 만큼 독특하고, 낮게 깔리는 운해는 밀양 8경을 대표하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걷기 편한 동선과 넓은 주차 공간 덕분에 남녀노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으며, 짧은 시간 동안에도 깊은 힐링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의 울림과 전설이 남긴 흔적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면, 조용한 하루를 택해 만어사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바람 스치는 소리와 바위의 맑은 울림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래도록 기억될 여행의 한 장면이 되어줄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