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석골사
운문산 자락에서 마주하는 겨울 산사

찬 바람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1월, 영남알프스의 웅장한 기세를 병풍 삼아 자리 잡은 사찰이 있다.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에 위치한 석골사는 신라 진흥왕 12년(560년) 비허선사가 창건한 이래 1,45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고찰이다.
화려한 단풍이나 시원한 물줄기가 없어도 겨울 산사가 주는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는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밀양 석골사

석골사는 단순한 수행의 공간을 넘어 민족의 위기 때마다 앞장섰던 호국사찰의 역사를 품고 있다.
고려 건국 당시 태조 왕건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며 국가의 기틀을 잡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임진왜란 때는 밀양부사 박진이 의병을 규합했던 거점이었다.
손기양과 이경승 등 의병장들이 이곳에서 저항의 깃발을 올렸던 기록은 석골사가 지닌 숭고한 가치를 증명한다. 지금은 고요한 경내지만, 400년 전 이곳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석골마을에서 사찰까지 이어지는 길

사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유독 돌과 인연이 깊다. 석골마을이라는 지명 자체가 “뒷산 골짜기에 기암괴석과 석굴이 가득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절로 향하는 길목에는 일반적인 사찰의 일주문 대신 돌로 만든 두 개의 석등이 나란히 서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밀양 시내에서 차로 약 30~40분을 달려 석골교를 지나면 약 900m의 임도가 이어진다. 겨울철에는 나뭇잎이 떨어진 덕분에 운문산(1,188m)의 거칠고 단단한 암벽이 더욱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절 입구 60m 전까지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어 겨울 산행이 부담스러운 이들도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다.
1,500년 역사를 지탱한 현재의 모습

비허선사가 창건하고 773년 법조가 중창하며 번창했던 석골사는 한때 9개의 암자를 거느릴 만큼 위세가 높았다. 석굴사, 노전사, 석동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곳은 1735년(영조 11년) 함화의청 승려에 의해 다시 한번 중창되며 명맥을 이었다.
비록 1950년 6·25전쟁 당시 화재로 모든 건물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980년대부터 시작된 복원 작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1989년 삼성각을 시작으로 1999년 극락전 중건, 2003년 요사채 신축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현재 대광전에는 석조아미타삼존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경내 곳곳에서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석탑의 기단부와 보주 등 옛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실용 정보와 연계 코스

석골사는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원서3길 167에 위치하며 연중무휴 상시 무료로 개방된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지만, 1월에는 산간 지역 특유의 낮은 기온에 대비해 따뜻한 옷차림을 갖추는 것이 좋다.
사찰 탐방 후에는 인근의 한천 테마파크나 천연동굴 체험이 가능한 얼음골, 호박소 등을 연계해 둘러보기 좋다.
특히 차량으로 20분 거리 내에 있는 얼음골 축음기 소리 박물관은 추운 날씨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 우측에는 석골사의 또 다른 상징인 석골폭포가 위치한다. 억산과 운문산에서 발원한 계곡수가 모여 떨어지는 10m 높이의 이 자연 폭포는 여름철 웅장한 수량을 자랑하지만, 1월의 한복판에서도 멈추지 않고 흐르며 산사의 적막을 깨운다.
폭포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 길을 따라 계곡을 산책하는 것은 겨울 방문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1,500년 전 비허선사가 터를 잡고 의병들의 기개가 서렸던 석골사는 이제 영남알프스를 품은 고요한 안식처로 남아있다. 묵직한 역사의 무게와 겨울산의 맑은 공기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밀양의 이 아담한 사찰이 훌륭한 답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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