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시례 호박소, 가지산 자락의 봄 비경

4월 봄볕이 산자락을 천천히 물들이기 시작하면, 계곡 물소리도 한층 생기를 되찾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화강석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다시 차오르고, 막 돋아난 연초록 잎새들이 계곡 물빛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지산의 한 물줄기가 수만 년에 걸쳐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공간은 한국의 명수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물빛이 맑기로 유명하다.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던 기우소로 쓰였으니,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진 곳임이 분명하다.
밀양 8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되며, 봄날 싱그러운 녹음과 폭포 포말이 어우러진 계곡 풍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지산 물줄기가 만든 시례 호박소의 입지

시례 호박소(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334-1)는 밀양 시내에서 약 32km 떨어진 산내면 삼양리 일대에 자리한 자연 명소다. 가지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화강석 계곡을 타고 내려오며 형성된 이곳은, 얼음골에서 불과 약 3km 거리에 위치해 두 명소를 연계해 즐길 수 있다.
‘시례’는 산내면 일대의 옛 지명에서 비롯된 표기이며, ‘호박소’라는 이름은 오랜 세월 물살이 바위를 절구(호박) 모양으로 깎아낸 소(沼) 지형에서 유래했다.
한자로는 구연(臼淵)이라 쓰고, 구연폭포·백련폭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가지산 자락의 청정한 지형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계곡 환경이 이 일대 풍광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낙차 10여m 폭포와 화강석 절구 소(沼)

시례 호박소의 핵심은 낙차 약 10여m의 폭포수가 둘레 약 30m에 이르는 소(沼)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화강석 바위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4월 봄볕 아래 더욱 청명하게 빛나며, 절구처럼 움푹 파인 소의 형태 자체가 자연이 오랜 시간 공들여 빚은 조각품이다.
봄철에는 주변 나무에 새잎이 돋아나며 연초록 빛이 물빛 위로 겹쳐져 계절 특유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 〈방자전〉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스크린 속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찾아오는 방문객도 꾸준하며, 봄나들이 코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고 있다.
백련사·형제소·오천 평 반석 주변 코스

시례 호박소 주변에는 함께 둘러볼 만한 명소가 이어진다. 백련사는 계곡 인근에 자리한 사찰로, 봄철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기 좋다. 형제소는 호박소와 닮은 지형의 또 다른 소(沼)로, 두 곳을 나란히 둘러보는 코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오천 평 반석은 너른 화강석 반석 위로 얕은 물이 흘러내리는 독특한 풍경이 인상적이며, 봄볕 아래 반석 위에 앉아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편이다.
가지산 자락의 청정 계곡을 따라 이 명소들이 모여 있어, 당일 봄 나들이 코스로 묶어 즐기기에 적합하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과 방문 전 확인 사항

시례 호박소는 별도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주차 공간이 현장에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 방문이 편리하며, 밀양 시내에서 차로 40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봄철 주말에는 방문객이 몰릴 수 있어 이른 출발이 좋고, 계곡 바위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안전하다.
방문 전 문의는 관광안내(055-359-5582) 또는 밀양시청 산림녹지과(055-359-5361, 055-359-5362)로 확인할 수 있다.

시례 호박소는 수만 년에 걸쳐 자연이 완성한 절구 지형과 10여m 폭포 포말이 빚어낸, 밀양 깊숙이 자리한 봄날의 비경이다. 한국의 명수 100선이라는 이름처럼, 맑은 물빛과 화강석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연초록 봄빛이 계곡을 가득 채우는 4월, 가지산 자락의 청명한 물소리 속으로 봄 나들이를 떠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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