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경정공원
압도적인 핑크뮬리 군락과 호수변 단풍의 환상 조화

가을의 색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붉은 단풍을, 다른 이는 황금빛 은행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색을 품고도 모자라, 꿈결 같은 분홍빛 물결까지 더한 곳이 서울 근교에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상상 속 가을의 모든 장면을 현실로 펼쳐놓은 곳, 바로 미사경정공원이다. 발을 들이는 순간 “저만 보기 아깝다”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는 이곳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가을 그 자체가 된 거대한 캔버스다.
미사경정공원

미사경정공원의 가을 서사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505 (신장동) 입구를 지나면서부터 예고 없이 시작된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광활한 공원 한편에, 비현실적인 분홍빛 군락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의 새로운 주인공, 핑크뮬리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분홍빛 억새들이 바람에 따라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웬만한 전문 군락지 못지않은 규모로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찍는 기념사진이 아닌, 분홍빛 세상에 온전히 파묻힌 듯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완벽한 조건을 제공한다.
곳곳에 마련된 나무 의자 포토존은 이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배려다. 서울에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서, 이토록 황홀한 분홍빛 감동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축복이다.
2.2km 호수, 단풍을 비추는 거대한 거울이 되다

핑크뮬리의 감동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리면, 미사경정공원의 또 다른 가을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길이 2,212m의 거대한 조정 호수 주변을 따라, 붉고 노랗게 불타오르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숲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잔잔한 호수가 거대한 거울이 되어 울긋불긋한 가을 산과 하늘을 그대로 비춰내면서, 지상과 수면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에서의 최고의 경험은 자전거를 대여(1인용 60분 4,000원)해 호수 순환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형형색색의 단풍 터널을 지나는 순간은 잊지 못할 해방감을 선사한다.
물론, 05시부터 20시까지 개방되는 공원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의 조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모든 풍경이 과거 88서울올림픽의 유산이라는 점은 이 공간의 스케일을 납득하게 한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위해 조성된 40만 평의 광활한 부지가, 이제는 시민들에게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가 오래도록 누리기 위해서는 방문객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사경정공원 전 지역에서는 자연경관과 잔디 보호를 위해 개인 텐트나 그늘막 설치가 금지되어 있다.
돗자리를 펴고 가을 소풍을 즐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화재 위험이 있는 취사 행위는 엄격히 제한된다. 차량 방문 시 주차 요금은 소형차 기준 평일 10분당 300원, 주말 및 공휴일은 400원(1일 최대 12,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분홍빛 설렘과 붉은빛 낭만이 공존하는 곳. 미사경정공원은 올가을, 단 하나의 장소에서 가장 다채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계절의 정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당신의 가장 빛나는 가을날의 한 페이지를 완성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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