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평이 꽃으로 물들었어요”… 7월부터 절정 맞는 수면 위 연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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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연꽃의 장관

무안회산백련지
무안회산백련지 / 사진=공식홈페이지

한때는 단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존재했던 평범한 저수지였다. 일제강점기, 지역민들의 피와 땀으로 축조된 이 인공의 공간은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국내를 넘어 동양 최대의 백련(白蓮) 군락지이자 수많은 생명이 깃든 거대한 생태 낙원으로 탈바꿈했다. 여름철 대표적인 무안 가볼만한곳으로 손꼽히는 무안 회산백련지의 이야기다.

무안회산백련지 연못
무안회산백련지 연못 / 사진=공식홈페이지

한 평범한 저수지가 어떻게 10만 평의 경이로운 자연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회산백련지의 역사는 고(故) 정수동 씨의 꿈과 헌신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영산강 종합개발계획으로 농업용수 공급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채 방치되다시피 했던 저수지에 변화의 씨앗이 심어진 것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의 일이다.

무안회산백련지 건물
무안회산백련지 건물 / 사진=공식홈페이지

지역 기록에 따르면, 정 씨는 간밤의 꿈에서 하늘을 날던 학 열두 마리가 저수지에 내려앉는 신비로운 광경을 보았다. 이튿날, 아이들이 인근에서 발견한 백련 뿌리 12개를 건네받은 그는 꿈의 계시라 여기고 저수지 가장자리에 정성껏 옮겨 심었다. 개인의 작은 노력이었지만, 그 결과는 위대했다.

척박했던 저수지는 그의 꾸준한 보살핌 속에서 서서히 생명력을 되찾았고, 12개의 연뿌리는 10만 평의 광활한 수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백련 군락으로 자라났다. 인간의 노력이 자연과 만나 빚어낸 기적이었다.

연꽃
연꽃 / 사진=공식홈페이지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회산백련지는 이름 그대로 순백의 연꽃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절경을 이룬다. 하지만 이곳의 가치는 단순히 백련의 아름다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연못 한편에 조성된 약 700평 규모의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은 이곳이 살아있는 생태 박물관임을 증명한다.

이곳에서는 백련뿐만 아니라 홍련, 왜연, 수련, 어리연 등 다채로운 연꽃과 물옥잠, 택사, 물양귀비 같은 국내 자생 수생식물들을 한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지정된 가시연꽃이 대규모로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학술적 중요성까지 더해졌다. 이는 회산백련지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중요한 생명자원의 보고(寶庫)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꽃 모습
연꽃 모습 / 사진=공식홈페이지

회산백련지의 독보적인 경관과 생태적 가치는 1997년부터 시작된 지역 대표 축제의 기반이 되었다. ‘무안연꽃대축제’는 매년 여름, 10만 평의 연못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행사를 제공하며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백련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이 축제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축제는 지난 6월에 개최되었다. 사람의 꿈에서 시작된 연꽃 군락은 이제는 지역 경제와 문화를 견인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백련 연꽃
백련 연꽃 / 사진=공식홈페이지

전라남도 무안의 회산백련지는 단순한 사진 명소나 여름 피서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실용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가 한 개인의 숭고한 노력과 꿈을 통해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이자 중요한 생태 학습장으로 거듭난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인간의 정성 어린 손길이 자연과 만났을 때 얼마나 경이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작은 연뿌리 12개가 10만 평의 기적을 이루었듯, 회산백련지는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를 위한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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