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규봉암, 해발 850m 절벽 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주상절리 품은 천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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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전·삼성각 품은 주상절리 성지

무등산 규봉암
무등산 규봉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의 무등산은 투명한 공기 덕분에 그 골격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직으로 뻗은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병풍처럼 산허리를 감싸고, 그 서슬 퍼런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암자가 있다. 바로 규봉암이다.

자연이 억겁의 시간 동안 빚어낸 지질학적 경이로움과 인간의 신앙이 만나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무등산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40m 거대 석주, 광석대의 위용

무등산 규봉암 겨울
무등산 규봉암 모습 / 사진=국립공원공단

규봉암(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도원길 40-28)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암자 뒤편을 수호하듯 서 있는 광석대다. 무등산에는 서석대와 입석대라는 유명한 주상절리가 있지만, 규모와 웅장함 면에서는 광석대를 으뜸으로 치는 이들이 많다.

약 1억 년 전 백악기 화산활동의 결과물인 이곳은 최대 높이 30~40m, 너비 7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이 거대한 수직 암벽은 사찰의 전각들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특히 겨울철에는 나뭇잎에 가려졌던 바위의 윤곽이 오롯이 드러나며, 주상절리 특유의 기하학적인 선미를 더욱 깊게 감상할 수 있다. 설법대, 은신대, 풍혈대 등 이름 붙여진 기암괴석들은 저마다의 전설을 품은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신라의 숨결부터 재건의 역사까지

규봉암 관음보살상
규봉암 관음보살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발 850m 고지대에 위치한 규봉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다. 이곳의 역사는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이후 애장왕 때 순응대사가 중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평탄치 않았던 세월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때 폐사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1729년 연경 스님에 의해 다시금 법등을 밝혔고, 현대에 들어서는 1959년 대웅전을 비롯한 당우 3동이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는 관음전, 삼성각, 용왕각 등이 주상절리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거친 자연 속에서도 포근한 안식처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7.5km 순환 코스로 만나는 무등산

무등산 설경
무등산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규봉암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파는 수고가 필요하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화순군 이서면에 위치한 도원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코스다.

이곳에서 암자까지는 약 2.5km 거리로, 성인 걸음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산길과 계단이 섞여 있지만, 해발 850m 고지에 다다랐을 때 마주하는 광석대의 풍경은 그간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무등산을 즐기고 싶다면 규봉암을 거쳐 장불재로 향한 뒤 다시 도원으로 돌아오는 7.5km 순환 코스를 추천한다. 전체 탐방에는 휴식 시간을 포함해 약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장불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에서는 무등산의 또 다른 보석인 입석대와 서석대의 실루엣까지 멀리서나마 조망할 수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규봉암으로 가는 길
규봉암으로 가는 길 / 사진=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만큼 입산 시간 제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절기(12월~2월)에는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절기(3월~11월)에는 오전 4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도원탐방지원센터 인근 공터에 주차할 수 있으나,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혼잡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규봉암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풍혈의 차가운 기운과 결빙 구간이 있을 수 있어 방한복과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또한 산사 내부를 촬영할 때는 수행 공간임을 고려해 정숙을 유지해야 하며, 상세한 탐방 정보는 종무소(062-225-4538)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무등산 규봉암 겨울
무등산 규봉암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등산 규봉암은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라는 예술품과 인간이 세운 사찰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 곳이다.

특히 2026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추진하며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고 있는 만큼, 올겨울에는 고요한 산사에서 1억 년 전의 시간과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의 소음을 잠시 잊고 웅장한 바위 기둥 아래서 만나는 평온함은 일상을 지탱하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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