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천 여행지
한국 3대 이끼계곡, 무건리 이끼폭포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초록 융단처럼 깔린 이끼, 그 위를 흐르듯 퍼지는 물안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풍경은 현실이라기보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강원도 태백의 깊은 산중, 육백산 해발 1,000m가 넘는 협곡에서 만나는 무건리 이끼폭포는 그 신비로움으로 ‘한국의 3대 이끼계곡’으로 꼽히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무성한 생명력과 청량함으로 가득한 이곳은 지금,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피서지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고 자가용을 이용해 태영EMC 삼도사업소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로는 좁고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반드시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가까스로 생태탐방로 안내판 인근에 주차를 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도보 여정이 시작된다. 차량 통제 구간이기 때문에 주차장부터 이끼폭포까지는 약 3.5km를 걸어야 하며 오로지 걷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자연의 비밀 공간이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깊고 고요한 산길, 인적 드문 숲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공기마저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 자연이 점점 진해지고, 물소리가 점차 커질 때쯤, 마침내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앞에 서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바위 틈마다 푸른 이끼가 촘촘히 깔려 있고 그 위로 수많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빽빽한 이끼 위를 감싸며 퍼지는 물안개는 폭포 전체를 신비롭게 감싸며 마치 숨 쉬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특히 장마 이후 수량이 풍부해진 여름철에는 폭포의 위용이 절정에 이른다. 차가운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떨어지는 모습은 자연이 직접 빚은 수묵화 같고, 주변 공기는 천연의 에어컨 바람처럼 서늘하다. 잠시만 머물러도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제1폭포부터 제3폭포까지 이어지며, 각기 다른 높이와 분위기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제1폭포는 가장 아래쪽에, 제2폭포는 중심에, 제3폭포는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폭포들이 한 코스 안에 있어, 짧은 산행에도 변화 있는 감상을 누릴 수 있다.
무건리 이끼폭포의 매력이 그저 ‘보기 좋은 풍경’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곳이 지닌 생태적 가치에 있다. 바위 위를 빼곡히 덮은 이끼는 지구상 가장 오래된 육상식물 중 하나로 오직 습하고 그늘진 환경에서만 살아남는다.

이 아름다운 계곡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유산이다.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기되, 손대지 않고 지나가는 것 그것이 무건리 이끼폭포를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도심의 폭염에 지쳤다면, 뜨거운 바람 속에서 짧은 여름휴가를 고민 중이라면 이끼폭포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더위를 식히고 싶은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길고 조용한 숲길을 따라 발을 옮기고, 그 끝에서 이끼가 깔린 폭포 앞에 서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진짜 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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