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해발 1000m까지 간다?”… 11km 동안 단풍이 쏟아지는 가을 드라이브 명소

무주 적상산
가을이 그린 11km 붉은 비단길

“가을 단풍을 보려면 땀 흘려야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맬 필요도, 가쁜 숨을 몰아쉴 필요도 없다. 그저 자동차 핸들을 잡고 액셀을 밟는 것만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산 정상부의 파노라마 단풍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숨겨진 보석, 무주 적상산은 올가을, 가장 편안하고도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우리를 단풍의 절정으로 안내하는 ‘가을의 고속도로’다.

“붉은 치마 두른 산, 11km 단풍 터널을 달리다”

적상산(赤裳山). 이름 그대로 ‘붉은 치마’를 두른 산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산 중턱을 감싼 기암절벽과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산이 붉은 비단 치마를 펼쳐 입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토록 강렬한 붉은빛의 비밀은 산의 속살에 있다. 적상산의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자색 퇴적암으로, 흙과 바위 자체가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어 단풍과 말 그대로 ‘혼연일체’를 이루며 불타는 듯한 풍경을 완성한다.

이 황홀경의 시작은 727번 지방도에서 안국사 방향으로 접어드는 약 11km의 아스팔트길이다. 이 길은 단순한 산길이 아니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노란 은행나무 터널과 붉은 단풍나무 터널이 쉴 새 없이 교차하며, 운전자는 마치 살아있는 수채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몇 번의 굽이를 돌 때마다 색의 농도는 짙어지고, 어느새 차는 해발 1,000m에 가까운 정상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 서서 역사를 품다

드라이브의 종착지는 무주 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적상호와 그 끝자락에 자리한 적상산 전망대다. 굴뚝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의 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에 장엄한 소백산맥과 덕유산의 능선이 거대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방금 지나온 단풍길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고,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붉은 생명체처럼 숨 쉬는 듯한 압도적인 풍경에 말을 잃게 된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적상산은 험준한 절벽과 풍부한 물 덕에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로 불렸고, 고려 말 최영 장군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산성 축조를 건의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발아래 펼쳐진 붉은 산하는 수백 년간 나라를 지켜온 역사의 갑옷인 셈이다. 이처럼 깊은 이야기를 알고 나면, 눈에 담는 풍경의 무게는 한층 더 깊어진다.

적상산은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적상면 북창리에 위치하며, 국립공원 구역이므로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물론, 더 깊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안국사에서 출발해 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르는 짧은 산책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 가을, 단 하나의 드라이브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적상산이다. 힘든 등산 없이 누리는 정상의 감동. 이보다 더 매력적인 가을 여행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