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규모인데 입장료도 없어요?”… 15만 평 전부 무료 개방된 람사르 습지 명소

입력

문경돌리네습지,
산 꼭대기서 만나는 람사르 기적

문경 돌리네습지 생태길
문경 돌리네습지 생태길 / 사진=경북나드리

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을 떠올려보자.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움푹 팬 땅 ‘돌리네’는 배수가 매우 잘 돼 물이 고이기 어렵다고 배웠다. 그런데 만약, 그 돌리네 한가운데에 생명이 넘실대는 습지가 있다면 어떨까? 교과서의 상식을 가뿐히 뛰어넘는 지질학적 기적이 경상북도 문경의 한 산 정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살아있는 자연과학 박물관으로 거듭난 문경돌리네습지, 그 놀라운 비밀과 세계적인 가치를 확인하러 지금 당장 떠나야 할 이유를 소개한다.

“세계가 인정한 지질학의 역설”

문경 돌리네습지
문경 돌리네습지 / 사진=경북나드리

문경돌리네습지는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읍실길 143, 해발 270m 굴봉산 정상부에 자리한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의 핵심은 ‘돌리네 지형에 형성된 국내 유일의 산지형 습지’라는 점이다. 돌리네 지형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에 녹아 만들어진 접시 모양의 웅덩이로, 물이 지하로 쉽게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바닥에 석회암이 오랜 시간 풍화되며 생성된 붉은 토양, 즉 테라로사가 점토처럼 미세하게 쌓여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방수층(불투수층)을 형성했다. 이 기적의 토양층 덕분에 산 정상의 움푹 팬 땅은 생명을 품은 습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문경 돌리네습지 전경
문경 돌리네습지 전경 / 사진=돌리네습지 홈페이지

이러한 지형·지질학적 가치는 일찍이 인정받아 2017년 6월 15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마침내 2024년 2월 2일, 대한민국 25번째이자 경상북도 최초의 람사르 습지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람사르 협약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국제 환경 협약으로, 문경돌리네습지가 이제는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세계적인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수달과 담비가 뛰노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문경 돌리네습지 항공샷
문경 돌리네습지 항공샷 / 사진=돌리네습지 홈페이지

문경돌리네습지의 가치는 희귀한 지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약 49만㎡에 달하는 이 공간에는 육상, 초원, 습지 생태계가 공존하며 무려 932종의 야생생물이 터를 잡고 있다. 특히 수달,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8종과 끈끈이주걱, 낙지다리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4종이 함께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좁은 면적임에도 이처럼 다채로운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돌리네 습지가 오랜 세월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해왔다는 강력한 증거다. 방문객들은 잘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무료 전동차부터 버스 시간표까지, 완벽 방문 가이드

돌리네습지
돌리네습지 / 사진=돌리네습지 홈페이지

이 세계적인 보물을 만나는 여정은 놀라울 만큼 쾌적하고 친절하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차장에서 습지 입구 초소까지 약 1km 구간을 무료 전동차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전동차는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 운행되니 시간을 잘 맞추는 것이 좋다. (※ 눈·비 등 기상 악화 시 운행 제한) 습지 전체 입장 시간은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장 마감 17:30)까지다.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한 정보도 필수다. 점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북 방면 5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약 30분 만에 습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지만, 버스가 하루 단 3회(오전 6:50, 12:50, 오후 17:10)만 운행되므로 사전에 반드시 시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질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직접 거닐어보는 듯한 지적 즐거움과 갓 태어난 람사르 습지의 청정한 자연을 마주하는 감동. 문경돌리네습지는 우리 곁에 나타난 가장 새롭고도 위대한 자연의 선물이다. 이번 주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습지로 생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