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무료에 이런 풍경을?”… 9곳 절경 품은 계곡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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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선유동계곡
신선이 노닐던 비경

문경 선유동계곡
문경 선유동계곡 / 사진=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김현정

뜨거운 태양 아래 청량한 휴식을 갈망하게 되는 계절,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풍경이 현실에 펼쳐진 곳이 있다. 수백 명이 앉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흰 바위가 캔버스처럼 깔려 있고, 그 위로 수정처럼 맑은 옥빛 계류가 흐르는 곳.

최근에는 판타지 드라마의 신비로운 배경으로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지만, 사실 이곳은 천 년 전부터 신선들의 놀이터로 불렸던 비경이다. 신라의 풍류와 조선의 학문, 그리고 현대의 판타지가 공존하는 문경 선유동계곡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선유동계곡 모습
선유동계곡 모습 / 사진=문경시 공식블로그 이상현

문경 선유동계곡은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일대에 자리한다. 내비게이션에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학천정길 18’ 주소를 입력하면 넓고 쾌적한 무료 주차장으로 정확히 안내된다. 주차장에서 계단만 내려가면 2~3분 만에 비현실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뛰어난 접근성은 이곳의 첫 번째 매력이다.

이곳이 대중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계기는 tvN 드라마 <환혼>이었다. 주인공들이 애틋한 감정을 나누던 신비로운 장소의 실제 촬영지가 바로 이곳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과 고풍스러운 정자 학천정,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짙은 녹음의 조화는 왜 이곳이 판타지 드라마의 배경으로 선택되었는지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선유동계곡 입구
선유동계곡 입구 / 사진=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김현정

하지만 문경 선유동계곡의 진정한 가치는 카메라 렌즈에 담기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백두대간의 대야산(931m) 자락에 위치한 이 계곡은 흔히 비교되는 충북 괴산의 선유동계곡보다 더 길고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약 1.7km에 걸쳐 펼쳐지는 계곡은 거대한 화강암 암반이 오랜 세월 물에 깎여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마치 거대한 대리석을 반듯하게 다듬어 깔아 놓은 듯한 너럭바위는 그 자체로 경이로운 볼거리다.

신라 학자 최치원이 반한 아홉 가지 절경

선유동계곡 최치원 친필 바위
선유동계곡 최치원 친필 바위 / 사진=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김현정

이곳의 아름다움에 가장 먼저 매료된 이는 신라 말의 석학 고운 최치원이다. 그는 이곳 풍광이 가야산 홍류동 계곡보다 뛰어나다며 찬탄하고, 계곡의 가장 아름다운 아홉 명소에 ‘선유구곡(仙遊九曲)’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1곡 옥하대부터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영규암, 난생뢰, 옥석대에 이르기까지, 각 장소는 저마다 독특한 풍경과 의미를 품고 있다. 바위 곳곳에는 최치원의 친필로 전해지는 ‘선유동(仙遊洞)’ 각자가 남아있어 천년의 시간을 넘어 그의 감흥을 공유하게 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을 품은 정자들을 만나게 된다. 계곡 상류, 용추동 터에는 조선 후기 학자 도암 이재(李縡)가 후학을 양성했던 둔산정사가 있었고, 그를 기리는 후학들이 1906년 세운 학천정이 고즈넉한 풍경의 중심을 잡고 있다.

정자 뒤 거대한 암벽에는 ‘산고수장(山高水長, 산은 높고 물은 길다)’이라는 힘찬 글씨가 새겨져 선비의 기상을 전한다. 하류 쪽 관란담 위에는 1927년 이 지역 출신 우국지사 7명이 뜻을 모아 세운 칠우정이 서 있다. 이 정자의 이름은 구한말 비운의 황족 의친왕이 직접 지어준 것으로 전해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완벽한 여름 휴식을 위한 실용 가이드

선유동계곡에서 바라본 학찬정
선유동계곡에서 바라본 학찬정 / 사진=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김현정

문경 선유동계곡은 그림 같은 풍경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물놀이 명소다. 주차장과 계곡에 각각 깨끗한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계곡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넓게 펼쳐진 암반 지형이다. 돗자리나 그늘막 텐트를 설치하기에 안성맞춤이라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 단, 자연 보호를 위해 취사는 엄격히 금지되므로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수심 또한 다양해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계곡 초입은 발목 깊이의 얕은 물이라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장구를 치기에 적합하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성인 허리 높이까지 오는 깊은 구간이 나타나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끊임없이 흐르는 계류 덕분에 수질은 매우 맑고 깨끗하게 유지된다.

학천정
학천정 / 사진=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김현정

신선의 풍류와 학자의 사색, 드라마의 판타지를 모두 품은 문경 선유동계곡은 단순한 여름 피서지를 넘어선다. 이곳은 발을 담그면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옥계수에 더위를 씻어내는 ‘휴식의 공간’이자, 최치원이 거닐던 너럭바위와 선비의 기상이 깃든 학천정을 보며 천년의 숨결을 느끼는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문화적 순례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장엄한 자연과 깊은 인문학적 서사,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올여름,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몸과 마음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저 없이 문경으로 향해보자. 자연이 빚은 걸작 속에서 그 어떤 휴가보다 풍성하고 특별한 추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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