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100선에 다시 오른 계곡

맑은 계류가 흘러내리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현실과는 다른 풍경 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를 흐르는 무릉계곡은 이름부터가 특별하다.
신선이 머물렀다 전해지는 이 계곡은 오래전부터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왔다. 암반 위에 새겨진 시문과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폭포는 감동을 선사한다. 무릉계곡의 숨겨진 매력을 지금부터 하나씩 들여다보자.

무릉계곡은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였던 김효원이 처음 이곳을 ‘무릉’이라 명명했으며, 이는 신선이 놀던 전설 속의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조선 시대 명필 양사언은 이 계곡을 ‘신선들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라 표현했을 만큼, 그 풍광은 현실을 넘어선 듯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4km에 달하는 계곡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무릉계곡의 진면목은 그 자연 속 풍경에서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백 명이 앉아도 넉넉할 만큼 넓은 무릉반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반석에는 예로부터 계곡을 찾은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남긴 글씨가 새겨져 있어, 일종의 자연 속 비문처럼 다가온다.
무릉계곡은 단지 자연경관으로만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고려 시대 문신 이승휴는 이곳에서 ‘제왕운기’를 저술하며 사색과 창작의 시간을 보냈고, 조선 시대 명필 봉래 양사언은 이 계곡의 절경을 찬미한 글귀를 암반 위에 새겨 남겼다.

이어지는 학소대, 옥류동 등은 계곡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더하며, 그 끝에는 쌍폭포와 3단으로 물줄기가 쏟아지는 용추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두 폭포가 마주 보는 쌍폭포는 사진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생생한 감동을 선사한다. 고요한 물소리와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수려한 암석과 소(沼)의 조화는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했던 이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던 무릉계곡은, 2025~2026년 명단에도 다시 선정되며 그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는 일시적인 인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꾸준히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봄에는 새싹이 반석 위를 물들이고, 여름엔 시원한 물소리와 푸른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며,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절경을 완성한다. 겨울의 무릉계곡은 또 다른 분위기로, 고요한 설경 속에서도 그 특유의 정취를 잃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걷는 4km의 여정은 계절마다 새로운 기억을 선사하는 하나의 여행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무릉계곡은 그저 ‘예쁜 계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역사와 전설, 예술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이곳은 동해의 보물 같은 공간이자,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한국 대표 명소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과거의 흔적을 떠올려보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여행이 된다. 이번 주말, 일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무릉계곡이 품은 그 깊은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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