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무섬마을
내성천이 품은 국가민속문화유산

12월의 내성천은 마을을 360도 감싸 안으며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 물길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한옥 마을이 자리한다. 기와지붕과 외나무다리 위로 겨울 햇살이 비추면,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드러낸다.
1666년부터 35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마을은 2013년 국가민속문화유산 제278호로 지정된 조선후기 양반 집성촌이며, 40여 채의 전통가옥과 외나무다리, 한옥 숙박 체험까지 품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무섬마을의 매력을 살펴봤다.
영주 무섬마을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 이름이다. 내성천이 마을 삼면을 휘감아 돌기 때문에 예로부터 ‘섬계마을’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중국 안휘성 섬계 지역의 지형과 유사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1666년 반남박씨 박수가 처음 터를 잡은 후, 선성김씨 김대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두 집안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마을은 669,193㎡의 광대한 면적에 40여 가구의 전통가옥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중 30여 채가 조선후기 사대부가옥이다.
100년을 넘는 역사를 간직한 가옥이 16채나 남아 있는데, 이들은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ㅁ’자형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폐곡된 중정(안마당)을 중심으로 한 이 구조는 양반가의 위계질서와 생활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셈이다.
폭 30cm 외나무다리

무섬마을의 가장 상징적인 풍경은 마을 입구의 외나무다리다. 폭 30~40cm, 길이 150m의 이 다리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며, 오늘날에는 350년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마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겨울철 외나무다리는 특히 아름답다. 다리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면, 발아래로 얼어붙은 내성천의 백사장이 펼쳐지고, 맑은 날에는 햇살이 수면에 반짝이며 은빛 물결을 만든다.
해질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외나무다리와 한옥 지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내성천 수면에 비친 석양이 더해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다만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편한 신발이 필수이며, 겨울철 결빙 시에는 미끄러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4개 고택에서 즐기는 한옥 숙박

마을은 실제 한옥에서의 숙박 체험을 제공한다. 김욱 가옥, 김천한 가옥, 만죽재 고택, 해우당 고택, 오헌 고택 등 14개의 전통 가옥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숙박할 수 있으며, 온 몸과 마음으로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해우당 고택에는 흥선대원군의 친필 현판이 남아 있어 근현대사 문화적 가치까지 더하고 있는데, 이 고택은 2024년 10월 국가민속문화유산 신규 지정 예고를 받았다.
무섬문화촌은 80~100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한옥 체험관으로, 화장실, 샤워실, 족구장 등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빚기, 염색 체험, 사군자 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있으며, 단체 기업 연수, 청소년 캠프, 각종 전시회와 문화행사도 개최 가능하다.

무섬마을(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31-12)은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접근 가능하다.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면 약 2시간 10분 만에 영주역에 도착하며, 영주역에서 마을까지는 일반 택시로 약 15~20분 소요된다.
마을 내 주차는 무료로 가능하며, 입장료 또한 무료다. 마을 자체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자유로운 관광이 가능하지만, 운영시간과 요금 등은 영주시청 관광과(054-638-1127)에 사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마을은 부석사(9km, 20~25분), 소수서원(7km, 15~20분), 선몽대(3~4km, 10분), 회룡포(6km, 15분) 등 영주의 대표 문화유산들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하루 코스 여행으로 여러 명소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무섬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성천의 물길을 따라 350년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는 시간 여행지다.
외나무다리를 건너 한 발 한 발 내딛는 순간부터 조선시대 양반의 삶과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외나무다리, 눈 쌓인 한옥의 처마, 고요한 내성천의 풍경 속에서 잠시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12월의 공기가 남아 있는 지금 이곳으로 향해 역사와 자연이 함께 만든 특별한 여정을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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