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화재인데 담장도 대문도 없다니”… 무료로 걷는 300년 된 설경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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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명재고택
담장 없는 개방형 국가민속문화재

명재고택 설경
명재고택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현석

12월의 차가운 공기가 논산 노성면 산자락을 훑고 지나간다. 뒷산 소나무 숲이 푸르게 빛나는 그 언덕 아래, 300년의 세월을 품은 기와지붕이 고즈넉하게 자리한다.

이곳은 1709년 조선 중기 학자 명재 윤증 선생을 위해 제자들이 지은 집이며,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된 호서 지방 양반 가옥의 전형이다.

정작 윤증 선생은 이 호화로운 집을 마다하고 초가에서 청빈하게 살았지만, 이후 후손들이 대를 이어 관리하며 살아있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셈이다. 겨울 설경과 함께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고택의 매력을 살펴봤다.

논산 명재고택

명재고택 장독대
명재고택 장독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동구

명재고택(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 50)의 가장 상징적인 풍경은 좌측에서 시작해 언덕 아래까지 옹기종기 이어지는 장독대의 물결이다. 수백 개의 장독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습은 뒷산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장독대 위의 설경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필수 출사지로 꼽히는데, 파란 하늘 아래 흰 눈으로 덮인 옹기들의 조화로운 배치가 누가 찍어도 작품 사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고택 앞에는 장방형의 커다란 연못이 조성되어 있으며, 그 안의 작은 원형 섬에는 고택과 함께 300년의 세월을 보낸 배롱나무가 멋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운치를 더한다. 기단 위의 기품 있는 담장과 대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 덕분에 마을을 향해 활짝 열린 풍경이 답답함 없이 탁 트여 보인다.

선비들이 거닐던 사색의 길

명재고택 풍경
명재고택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택 우측으로는 옛 선비들이 학문과 토론을 하며 거닐던 길을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한 ‘사색의 길’이 이어진다. 1코스는 고택에서 전망대, 선비 계단을 거쳐 다시 고택으로 돌아오는 735m 코스로 약 20분이 소요되며, 2코스는 노성 궐리사까지 포함한 1,210m 코스로 약 40분이 걸린다.

체력 부담 없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한 길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고택의 기와 선과 장독대의 물결, 뒷산 소나무 숲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색의 길 중간에는 2개의 초가집이 있는데, 위쪽 집은 도서관으로, 아래쪽 집은 한옥 스테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예스러운 풍경이 겨울 운치를 가득 안겨준다.

조선 양반가의 건축미

명재고택
명재고택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재고택은 단순히 아름다운 외관을 넘어 조선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가 담긴 건축물이다. 뒤로는 노성산 줄기가 병풍처럼 집을 감싸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고, 앞으로는 장방형 연못이 여름철 시원한 기운을 만들어내는 풍수지리적 배치가 돋보인다.

안채와 사랑채의 배치 형태는 채광과 통풍을 최대한 고려해 계절마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기단 위에 세워진 사랑채는 습기를 조절하고 위엄을 드러내는 동시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구조다.

게다가 현재도 후손이 실제로 거주하며 관리하고 있어 고택이 전혀 바래지 않고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점이 다른 문화재와 차별화되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명재고택 한옥
명재고택 한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재고택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절기(4월10월)에는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지만 담장이 없는 개방형 구조 덕분에 월요일에도 외부 전경 관람은 가능하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입구에 소형차 약 2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한옥 스테이와 다례 수업, 천연염색, 전통음악공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사전 문의(041-735-1215)가 필요하다.

다만 이곳은 박물관이 아닌 후손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 공간이므로 안채 등 내부 구역은 출입이 제한되며, 조용한 관람이 요구된다. 주변 관광지로는 도보로 이동 가능한 노성 궐리사, 노성향교, 노성산성 등이 있어 반나절 역사 탐방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명재고택 겨울
명재고택 겨울 / 사진=ⓒ한국관광공사 백승환

명재고택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조선 선비의 정신과 후손들의 삶이 이어지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과학적인 건축 설계로 채광과 통풍을 고려한 안채와 사랑채의 배치, 풍수지리적 조경 기법이 돋보이는 연못과 축대,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장독대의 물결까지 조선시대 양반가 조경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요한 한옥에서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지금 이곳으로 향해 300년 역사가 품은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잠시 마음을 비워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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