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백일홍보다 설경이 최고네”… 눈 덮인 연못까지 아름다운 무료 겨울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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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명옥헌
겨울이 빚어낸 정자의 아름다움

담양 명옥헌 설경
담양 명옥헌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성영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정원을 감싸고, 소복이 내린 눈이 정자 지붕 위로 조용히 쌓여간다. 화려했던 백일홍의 분홍빛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하얀 설경 속에서 조선 중기 정원의 본래 형태가 또렷이 드러난다. 여름엔 보이지 않던 공간의 선이 강조되고, 연못은 거울처럼 고요하게 얼어붙어 정제된 조형미를 완성한다.

전라남도 담양을 대표하는 이 정원은 여름 백일홍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가장 숨겨진 계절의 매력은 겨울에 있다. 인공 석축 없이 파낸 상단 연못과 자연 암반 위에 얇은 둑을 둘러 만든 하단 연못, 인조가 말을 맸다는 은행나무까지 품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화려함을 덜어낸 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이 공간이 왜 겨울에 더 빛나는지, 그 고즈넉한 매력을 살펴봤다.

담양 명옥헌

담양 명옥헌 겨울 풍경
담양 명옥헌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자리한 명옥헌의 두 연못은 계절마다 풍경을 달리하지만, 겨울이 되면 유독 정제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상단 연못은 인공석축 없이 땅을 깊이 파 조성해 우물처럼 보이는데, 눈이 소복이 내려앉으면 작은 평지에 놓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공간으로 변한다. 하단 연못은 자연 암반 위에 얇은 둑을 둘러 만든 구조로, 겨울철 얼어붙은 수면이 주변 소나무와 정자를 고요히 비춘다.

겨울에는 나무의 색이 모두 빠지면서 공간의 선이 강조되는데, 이 덕분에 정원의 구조와 배치가 한눈에 읽힌다. 여름철 백일홍이 100일 동안 붉게 피어 사진가들을 부르던 자리도 겨울엔 흰 눈이 채우고, 줄기만 남은 수형이 오히려 정원의 미감을 더 쉽게 전달한다.

특히 북쪽 정원에 남아 있는 은행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진 채 황량한 가지를 드러내며 역사적 존재감을 뚜렷하게 하는데, 이는 조선 인조가 말을 맸다는 전설을 품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 더 형태가 또렷해지는 공간

담양 명옥헌 겨울
담양 명옥헌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마주한 장소로 알려진 명옥헌은 실제로도 조선 중기의 미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담한 정자와 네모난 연못, 소나무와 꽃나무가 어우러진 배치 덕분에 겨울에는 색 대신 형태가 또렷해져 촬영지에서 보던 고즈넉한 장면이 살아나는 편이다. 설경이 내린 날이면 정자 지붕마다 고운 눈이 얹히고, 주변 소나무의 그림자가 하얀 땅 위로 길게 뻗는다.

게다가 명옥헌이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물소리에 감탄한 우암 송시열이 바위에 글씨를 새기며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겨울에는 물소리가 잦아들어 글씨가 새겨진 공간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흰 눈 위에 비친 바위의 질감과 정자의 구조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한층 더 깊은 풍경을 완성한다.

눈 내린 직후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

명옥헌 설경
명옥헌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명옥헌은 여름과 달리 방문객이 적기 때문에 정원의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기 좋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계절과 관계없이 동일하며, 연중무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입장료가 없어 가볍게 들르기에도 좋으며,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한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정자가 있는 구역의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방한 장비와 미끄럼 방지 신발을 갖추는 편이 좋다.

특히 눈이 내린 직후 방문하면 정원 전체가 하얗게 덮여 있어 가장 아름다운 설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때는 정자 지붕과 소나무 가지마다 눈이 소복이 쌓여 마치 수묵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명옥헌
명옥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옥헌의 겨울은 단순한 설경을 넘어 시간의 층위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조선 인조가 즉위 전 호남 지방을 찾아 인재를 구하던 시기, 오희도를 만나기 위해 들렀던 자리에서 직접 말을 맸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와 우암 송시열이 글씨를 새긴 바위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역사적 깊이가 느껴지는 셈이다.

화려한 색이 모두 빠진 겨울 정원에서 조선 중기 정원의 본래 형태를 온전히 마주하고 싶다면, 눈이 내린 후 이곳으로 향해 고요히 얼어붙은 연못과 하얀 설경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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