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에만 15만 명 몰렸어요”… 입장료 없는 3만 6천 평 코스모스 꽃길

입력

수정

나주 영산강,
꽃으로 물든 강변의 기적

나주 영산강 저류지 코스모스
나주 영산강 저류지 코스모스 / 사진=나주 공식sns

가을이 오면 전남 나주의 드넓은 강변이 분홍빛과 흰빛으로 물든다. 소셜 미디어 피드를 장식하는 코스모스 사진만 보면 그저 아름다운 가을 명소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이야기는 땅의 이름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식 명칭 영산강둔치체육공원(전라남도 나주시 삼영1길 9-42 일원). 이곳은 본래 영산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마련된 거대한 ‘저류지’, 즉 홍수터다. 치수를 위한 땅이 어떻게 수십만 명의 발길을 이끄는 문화와 생태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축구장 17개, 12만㎡를 뒤덮은 코스모스의 압도적 스케일”

나주 영산강 코스모스
나주 영산강 코스모스 / 사진=나주 공식sns

나주시가 영산강둔치체육공원에 조성한 코스모스 단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체 면적은 무려 12만㎡.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면 국제 규격 축구장 약 17개를 합친 크기를 떠올리면 된다. 끝없이 펼쳐진 꽃의 바다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전국적인 가을 명소로 급부상했는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경관 조성을 넘어선다. 영산강의 홍수 위험을 관리하는 국가 하천 부지를 평시에는 시민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처로 제공하겠다는 나주시의 계획적인 구상에서 비롯되었다.

나주 코스모스 명소
나주 코스모스 명소 / 사진=나주 공식sns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관리 아래, 치수라는 본연의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 공간 활용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공원의 입장료와 주차 요금은 모두 무료이며, 나주시청 산림공원과(061-339-7562)에서 관리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28만 명이 증명한 가을 축제의 힘, ‘나주 영산강 축제’

나주 영산강 코스모스 전경
나주 영산강 코스모스 전경 / 사진=나주 공식sns

이 광활한 코스모스 단지가 선사하는 감동의 정점은 바로 매년 10월에 열리는 나주 영산강 축제다. 이제 나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로 자리 잡은 이 행사의 인기는 해마다 입증되고 있다.

2023년 축제가 28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이어, 지난 12일 막을 내린 2025년 축제는 개막 첫날(8일)에만 15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축제 기간 동안 이곳은 단순한 꽃밭을 넘어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먹거리가 가득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한다. 영산강의 잔잔한 물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스모스와 다채로운 행사는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의 추억을 선사하며,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수터에서 문화의 터전으로, 영산강의 오늘

영산강 코스모스
영산강 코스모스 / 사진=나주 공식sns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의 코스모스 단지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홍수를 다스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어떻게 시민들을 위한 풍요로운 문화 자산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삭막한 콘크리트 제방 대신,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강변을 채우는 모습은 지속가능한 국토 개발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주말, 끝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사이를 걸으며 강바람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이 딛고 선 그 땅이 한때는 범람하는 강물을 묵묵히 받아내던 자리였음을 떠올린다면, 눈앞의 풍경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