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호 둘레길 전면 개통
260만 평 대초댐 위를 걷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거대한 호수가 붉고 노란 단풍을 수면 가득 비춰낸다. 이 압도적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4년간 총 11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8km의 ‘명품 힐링로드’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풍경이 아니다. 약 반세기 전, 650여 세대의 삶터가 물에 잠겨야 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2025년 10월, 마침내 전 구간을 활짝 연 나주호 둘레길은 그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장대한 서사시의 첫 장이다.
나주호 둘레길

나주호 둘레길은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방산리 일원에 총연장 8km 규모로 조성된 새로운 도보 여행 명소다. 지난 2021년부터 4년여간의 공사를 거쳐, 2025년 10월 17일 시민과 관광객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통식을 열고 전 구간의 문을 열었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7월 부분 개방(6.4km) 이후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데크길, 쉼터,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대폭 보완하고 전 구간 안전 점검을 마친 ‘완성형’ 트레일이다.
다리 중간에 설치된 강화유리 바닥 구간에 서면, 마치 푸른 호수 물결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사방으로 막힘없이 펼쳐진 나주호의 파노라마가, 발밑으로는 아찔한 수면이 펼쳐지는 이중의 매력은 벌써부터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260만 평의 삶터를 품은 ‘대초댐’의 기억

이토록 평화로운 나주호는 사실 거대한 인공 담수호이자, 1970년대 격동의 역사를 간직한 ‘대초댐’이다. 1973년 착공해 1976년 9월 준공된 이 댐은 영산강 유역 농경지 9,300여 헥타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국가적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 규모는 댐 길이 496m, 높이 31m에 달하며, 총 저수량은 무려 9,058만 ㎥(약 9천만 톤)에 이른다. 하지만 이 거대한 물그릇을 채우기 위해 다도면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859,508㎡(약 260만 평)의 토지와 650호의 주택이 물속에 잠겨야 했다.

지금은 댐의 별칭으로만 남은 ‘대초댐’이라는 이름 역시, 당시 수몰된 지역의 중심지였던 ‘대초 장터’에서 유래한 것이다.
개발의 시대, 농업 발전을 위해 고향을 내주어야 했던 수몰민들의 아픔이 49년간 호수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2025년, 나주시는 그 물을 막았던 댐 주변을 따라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길’을 열었다. 상실의 공간이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역사적 순간이다.
8km 코스 완벽 가이드

나주호 둘레길은 크게 두 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총 8km의 길은 숲길과 호숫길, 나무 데크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한전KPS인재개발원에서 녹야원까지 이어지는 1구간(4.4km)은 울창한 숲의 향기를 만끽하며 걷는 코스로, 완만하고 푹신한 숲길이 주를 이루어 삼림욕을 즐기며 여유롭게 걷기에 좋다.
이어지는 2구간(3.6km)은 중흥리조트에서 다도광업소까지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앞서 소개한 인도교가 포함되어 있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수변 데크길을 걸으며 탁 트인 나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방문객을 위한 편의성도 뛰어나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1구간 시작점인 한전KPS인재개발원 주차장을 비롯해 곳곳에 넉넉한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1~4)
500만 관광도시 나주의 복합 자원

나주시는 이번 둘레길 개통을 ‘500만 관광도시 나주’ 실현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다.
개통식에 참석한 윤병태 나주시장은 기념사를 통해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나주호 둘레길이 시민들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이자 지역 관광과 경제를 살리는 복합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주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향후 단절 구간 연결, 특산물 판매장 설치, 나아가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설치 등 후속 정비를 통해 이곳을 명실상부한 나주의 대표 관광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수십 년간 고요히 물을 담아내던 나주호가 이제 사람들을 품는 따뜻한 길을 열었다. 개발의 역사를 딛고 힐링의 현재를 걷는 이 8km의 길 위에서, 올가을 가장 깊고 특별한 산책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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