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곳의 절경”… 180년 돌담 위 무료 홍매화 명소

남평문씨본리세거지, 180년 전통 와가와 홍매화의 어울림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남평문씨본리세거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이른 봄, 꽃샘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담장 너머로 분홍빛이 먼저 번진다. 황톳빛 토담과 기와지붕 위로 홍매화 가지가 뻗어 나오는 순간, 절제된 무채색 공간이 전혀 다른 온도로 물들기 시작한다. 은은한 매화 향기가 돌담길을 따라 번지며,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안쪽으로 이끈다.

이 마을은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봄의 성지’로 불려왔다. 돌담과 기와지붕, 인흥사지 석탑과 홍매화가 한 구도 안에 담기는 구성은 다른 어떤 매화 명소와도 다른 시각적 완성도를 지닌다. 화려함보다는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계절의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1995년 대구시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이곳은, 지금도 9가구가 실제 생활하는 살아있는 생활유산이다. 보존된 역사 공간과 봄꽃이 어우러져 대구를 대표하는 봄 나들이지로 자리잡았다.

문익점 후손이 일군 집성촌의 뿌리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전경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전경 / 사진=대구관광

남평문씨본리세거지(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인흥3길 16)는 고려 말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18세손 문경호가 1840년경 인흥사 절터를 정비하며 조성한 집성촌이다.

폐사지 위에 삶터를 일군 역사적 배경은 마을 곳곳에 켜켜이 남아 있으며, 인흥사지 석탑이 그 흔적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통 와가 70여 채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고, 살림집 9가구가 실제 거주 중인 생활유산으로 기능한다. 1995년 대구시 민속문화재 제3호로 공식 지정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을의 본래 이름인 ‘인흥마을’로도 불리며, 현지 주민과 방문객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수봉정사·광거당·인수문고가 이루는 공간 구성

문익점 동상
문익점 동상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마을 안에는 살림집 외에도 역사성을 품은 건물들이 자리한다. 수봉정사는 정자와 정원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봄이면 주변 매화와 함께 사진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촬영 포인트가 된다.

광거당은 마을 자제들의 수학 공간으로 활용되던 곳이며, 인수문고는 도서 1만여 권을 소장한 전통 장서각으로 집성촌 특유의 학문적 분위기를 전한다.

전통정원 인흥지와 목화밭, 문익점 동상은 문씨 가문의 유래와 역사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 시설은 별도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며, 돌담길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홍매화 먼저, 백매화 나중, 여름엔 능소화로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매화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매화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남평문씨본리세거지의 봄은 홍매화가 먼저 문을 연다. 선개화하는 홍매화가 황톳빛 돌담과 대비되며 분홍빛 풍경을 만들고, 이후 백매화가 뒤따라 피어나며 은은한 색조로 마무리된다.

특히 오전 11시 이전, 햇빛이 비스듬히 입사하는 시간대에 돌담-기와지붕-석탑-매화 네 요소가 한 구도에 담기며 사진 촬영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

꽃샘추위가 찾아오더라도 홍매화 개화는 멈추지 않아, 이른 봄부터 방문이 가능한 셈이다. 봄이 지나면 능소화가 여름을 채우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연중 방문 동선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연중무휴 무료 개방, 주말 절정기 방문 시 주의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봄 풍경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봄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운영 시간 제한이 없어 이른 아침부터 방문이 가능하며, 문의는 053-631-8686으로 하면 된다.

주말 매화 절정기에는 마을 인근 도로 정체가 심해지고, 협소한 주차 공간으로 인해 원거리 주차 후 도보 진입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민이 실거주하는 생활유산 마을인 만큼, 관람 시 소음 자제와 사생활 배려가 필요하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모습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180년 전 폐사지 위에 일궈낸 집성촌은 지금도 사람이 살고 꽃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돌담 너머 홍매화가 번질 때, 그 풍경은 단순한 봄꽃 명소가 아닌 시간의 두께를 가진 장소로 남는다.

분홍빛 기억을 간직한 봄날을 원한다면, 절정기보다 조금 이른 평일 아침에 인흥마을로 향해 돌담길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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