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있다니 놀랍다”… 700년을 지켜온 ‘한국의 첫 번째’ 아름다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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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남사예담촌
흙돌담길과 한옥이 살아 있는 가을 산책 명소

남사예담촌 마을 전경
남사예담촌 마을 전경 / 사진=산청군

지리산 자락으로 향하다 보면 문득 속도를 늦추게 되는 마을이 하나 있다. 소란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 길가에 펼쳐지고, 오래된 흙돌담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여행자를 맞이한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산청 남사예담촌은 가을이면 더욱 깊은 기품을 드러내는 곳이다.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정갈하게 이어진 기와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을 전체가 수백 년의 시간을 부드럽게 들려주는 듯하다.

산청 남사예담촌

남사예담촌 사양정사
남사예담촌 사양정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남사예담촌은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대로2897번길에 위치해 있다. 고려 말에 조성된 이곳은 수백 년 동안 성주 이 씨, 밀양 박 씨, 진양 하 씨 등 명문가들이 자리 잡으며 학문과 예를 중시하던 전통을 지켜왔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황토와 강돌이 어우러진 흙돌담이 길게 이어지고, 담쟁이넝쿨이 오래된 담벼락을 편안하게 감싸고 있다.

특히 높이가 1.2~2m에 이르는 이 담장은 말을 타고 지나던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예스러운 정취에 흥미를 더한다.

700년 된 매화나무와 600년 감나무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마을을 지키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오랜 세월을 품어온 나무와 고택이 어우러진 골목을 걷고 있으면, 마을의 시간이 차분하게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적 이야기들

남사예담촌 가을 풍경
남사예담촌 가을 풍경 / 사진=산청군 공식 블로그

남사예담촌의 골목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조용히 자리한 작은 건물들이 이야기를 품고 서 있다. 고려 충신 정몽주의 후손이 학문을 이어가기 위해 지은 사양정사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선비 정신의 품격을 보여준다.

영모재에는 태조 이성계의 사위이자 개국공신이었던 ‘이제’의 교서를 모시고 있어, 마을의 역사적 무게를 느끼게 한다.또한 사효재에는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화적들의 칼날 앞에 몸을 던졌던 효자 이윤현의 사연이 전해진다.

이러한 이야기는 마을의 풍수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니구산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사수가 반달 모양 지형을 완성하며, 예로부터 선조들은 마을 한가운데를 비워두어 보름달처럼 차오른 운세가 기울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오래된 지혜가 머물러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발견하는 가을의 감성

남사예담촌 돌담
남사예담촌 돌담 / 사진=산청군 공식 블로그

남사예담촌을 가장 깊이 느끼는 방법은 빠르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걷는 것이다. 약 3.2km 길이의 흙돌담길을 따라 1~2시간 정도 걸으면 마을의 표정이 계절과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낮게 이어진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기와지붕의 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의 그림자, 정갈한 마당을 품은 고택들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가을이면 담장 위로 단풍이 드리우고, 오래된 회화나무와 감나무가 풍성한 색을 더하며 마을 전체가 따뜻한 시작을 품은 풍경으로 완성된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진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은 마음을 잠시 쉬게 해 주는 조용한 산책의 공간이다.

체험으로 더 깊게 즐기는 남사예담촌의 하루

남사예담촌 천연 염색
남사예담촌 천연 염색 / 사진=산청군

남사예담촌에서는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을 곳곳에서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여행의 깊이를 더해 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고, 전통혼례 체험을 통해 옛 풍습을 새로운 시선으로 경험해보는 것도 색다르다.

천연 염색이나 전통놀이, 한방 족욕과 같은 체험은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전통놀이 체험이 즐거운 추억이 되며, 고가 탐방 프로그램은 마을의 건축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을은 상시 개방되고 입장료가 없는 만큼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장애인 주차장과 화장실 같은 무장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누구에게나 편안한 여행지가 되어 준다. 주차 공간도 충분해 접근성 역시 좋다.

남사예담촌 감나무
남사예담촌 감나무 / 사진=산청군 공식 블로그

남사예담촌은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는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수백 년의 시간이 스며든 한옥과 담장, 오래된 나무들,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조용한 이야기가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어루만진다.

가을의 기운이 깊어질수록 골목은 더욱 따뜻한 빛깔을 품고, 걷는 동안 마음속 소음이 차분히 잦아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계절, 바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싶다면 남사예담촌의 흙담길 위에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오래된 마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부드럽고, 여행은 그보다 더 따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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