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공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가을의 길

울긋불긋한 단풍이 도시를 뒤덮는 계절, 많은 이들이 설악산의 장엄함이나 내장산의 화려함을 꿈꾼다. 하지만 그 모든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긴 시간 운전대를 잡거나, 가파른 등산로 앞에서 망설였던 경험이 있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주적인 단풍 명소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길이 아니다. 유아차와 휠체어도, 느린 걸음의 어르신도 차별 없이 가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곳. 바로 남산 둘레길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장 편안한 단풍길, 여기 있었네”

남산공원 둘레길은 서울특별시 중구 삼일대로 231 일대에 자리한, 서울 시민의 오랜 휴식처다. 총 길이 약 7.5km에 달하는 이 길은 남산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코스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가을의 정수는 단연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에 응축되어 있다.
10월 말이 되면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 단풍은 11월 중순경 절정을 이루며, 도심 전체를 압도하는 화려한 가을 왕국을 완성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상시 개방되어 언제든 자유롭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국립극장 앞에서 시작해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인근까지 이어지는 3,420m의 북측순환로는 2011년부터 ‘걷기 좋은 서울길’로 지정되어 차량과 자전거의 통행이 완벽하게 차단된 ‘무장애길’이다.
완만한 경사로 조성된 이 길은 휠체어나 유아차도 아무런 불편 없이 단풍 터널을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서울숲이나 북서울꿈의숲 등 평지에 조성된 공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남산만이 가진 입체적인 조망과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가을을 선물하려는 서울시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역동적인 남측, 평화로운 북측

남산 둘레길의 매력은 선택의 다양성에 있다. 활기찬 단풍길을 원한다면 국립극장 교차로부터 남산 3호 터널까지 이어지는 1.3km의 남측순환로가 제격이다. ‘이태원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아름드리 버즘나무가 늘어서 있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깊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완벽하다.
반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책을 원한다면 단연 북측순환로를 추천한다. 빽빽한 단풍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 길은 서울의 소음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아늑하다.
길 중간중간에는 서울의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붉게 물든 남산의 숲과 현대적인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면 남산의 가을을 온전히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교통과 축제 정보

남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남산공원 내에는 일반 차량의 주차가 전면 금지된다는 사실이다. 가장 편리하고 현명한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이나 3호선 동대입구역에 하차한 뒤, 01번 남산순환버스에 탑승하면 둘레길 주요 지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매년 11월 초·중순에는 남산야외식물원과 둘레길 일대에서 ‘남산둘레길 가을소풍’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열린다. 과거 숲 체험, 자연물 만들기,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만큼, 2025년 가을 프로그램 역시 기대를 모은다.
이번 가을,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가장 깊고 화려한 계절의 정수를 만나고 싶다면 남산 둘레길로 향해보자. 높고 낮은 장애물 없이, 오직 가을의 아름다움만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가장 평등하고 따뜻한 단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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