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100선이 선택한 이유 있네”… 저녁 되면 무료로 변신하는 야경·설경 명소

입력

광한루원, 춘향전 배경지에서 한국관광 100선으로

광한루원 설경
광한루원 설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오희재

해질 무렵 요천 물가에 서면 청사초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붉고 푸른 빛이 연못 수면에 어리고, 57m 길이의 돌다리 위로 저녁 공기가 스며든다. 오작교를 건너는 발걸음마다 600년 전 조선의 시간이 현재로 흘러드는 듯하다.

광한루원은 단순한 역사 유적지를 넘어 2025~2026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현대적 감각을 입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23년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이름을 올린 야간 조명은 MZ세대 포토존으로 급부상했으며, 월 1회 이상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이뤄질 만큼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한다.

조선시대 신선 세계관과 춘향전의 애틋함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겨울 야경은 600년 역사를 가장 아름답게 증명하는 순간이다.

황희 정승이 세운 달나라 궁전의 탄생

광한루원 겨울
광한루원 겨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요천로 1447)은 1419년 세종 원년 황희 정승이 남원 유배 시절 광통루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운 누각이다.

요천 강변에 자리한 이 공간은 1434년 남원부사 민여공이 중수하며 규모를 갖췄고, 1444년 하동부원군 정인지가 달나라 궁전인 광한청허부에서 따온 ‘광한루’로 명칭을 바꾸며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

정면 5칸 2층 팔작지붕 구조로 높이 약 9m에 이르는 광한루는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281호로 지정되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1626년 남원부사 신감이 재건했으며, 1877년 고종 시대에는 기울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월랑을 설치했다. 한국 누각 건축사상 최초로 월복도를 도입한 이 혁신은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견우직녀 전설을 품은 57m 오작교와 야간 조명

광한루원 야경
광한루원 야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광한루원의 백미는 연못 위에 놓인 오작교다. 길이 57m, 너비 2.4m, 4개의 홍예로 이뤄진 이 다리는 현존하는 연지교 중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461년 장의국 부사가 견우직녀 은하수 전설을 재현하고자 설치했으며, 2019년에는 상판에서 윷판과 칠성 성혈이 발견돼 조선시대 천체 우주관을 표현한 과학적 구조물로도 주목받았다. 밤이 되면 오작교와 주변 돌담길에 청사초롱이 켜지며 분위기는 극대화된다.

붉고 푸른 조명이 어우러진 야경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인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인근 화인당에서 한복 대여가 가능하며, 전통 의상을 입고 오작교를 건너는 경험은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드라마 촬영지에서 춘향제까지, 문화 IP의 중심

광한루원 겨울 풍경
광한루원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은 연 70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된 대중문화의 성지다. KBS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tvN ‘철인왕후’ 등 사극 작품의 단골 배경지이며, 월 1회 이상 촬영이 진행될 정도로 영상 콘텐츠 제작진의 사랑을 받는다.

완월정 파빌리온에서는 정기적으로 판소리 공연이 열리며, 월매집과 춘향사당 등 춘향전 관련 시설이 곳곳에 자리해 이야기의 현장감을 더한다.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절에는 춘향제가 열린다.

2025년 기준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진행된 이 축제는 춘향 추모식, 미스춘향 선발대회, 국악 축제, K-pop 공연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하루 일정으로 즐기는 남원 체류형 관광

원양과 광한루원
원양과 광한루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명희

광한루원은 하절기(4월~10월) 08:00~18:00까지 유료 입장이 가능하며, 18:00~21:00는 무료 개방된다. 동절기(11월~3월)에는 08:00~18:00 유료 운영 후 18:00~20:00 무료 개방으로 단축된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남원 누리시민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주차는 승용차 기준 2,000원이 부과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추천 방문 시간대는 오전(09:00~12:00)으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저녁(17:00~19:00)은 야경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해질녘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오작교 바닥은 젖을 수 있으니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광한루원 원경
광한루원 원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원시는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벨트를 조성 중이다. 도보 10분 거리의 춘향테마파크에서는 춘향전 배경 세트장과 기생집을 재현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으며, 약 2km 떨어진 달빛정원 피오리움은 야간 조명정원으로 별빛 체험을 제공한다.

남원시천문과학관(약 2.5km)에서는 천체 관측이, 함파우 유원지(약 3km)에서는 수상 레저가 가능하다. 국립민속국악원(약 1km)에서 판소리 공연을 관람하고, 심수관도예전시관(약 800m)에서 도자기 체험까지 이어지는 하루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광한루원은 600년 역사와 현대 감각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겨울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싶다면, 광한루원으로 향해 걸어보길 권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