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땅에서 이런 풍경이?”… 입장·주차 다 무료인 가을 꽃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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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아픔 위에 피어난 정원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 사진=남원 공식블로그 임선영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찾아 SNS를 헤매고 있다면 잠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꽃물결 뒤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깊은 역사를 품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과 격리되었던 아픔의 장소가 어떻게 모두를 위한 치유의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는지, 그 놀라운 반전의 서사를 따라가 본다.

“버려진 땅에서 피어난 기적 같은 풍경”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가을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가을 / 사진=남원 공식블로그 임선영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는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용정동 332-3 일원에 위치한다. 이곳은 본래 한센병 환자들이 움막을 짓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정착촌이었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 고립되었던 이들의 삶의 터전은 시간이 흘러 모두가 떠난 뒤 쓸쓸한 공터로 남았다.

이 잊혀진 땅의 변화는 2018년 남원시가 ‘신생마을 옛터 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시는 아픔의 역사를 지우는 대신, 그 위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 모두를 위한 휴식 공간으로 가꾸어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선다. 남원의 대표 관광지인 광한루원이 잘 다듬어진 전통의 미를 뽐낸다면, 남원 신생마을은 무료로 개방된 공간에서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는 듯한 숭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경사면이 선사하는 파노라마식 장관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전경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전경 / 사진=남원 공식블로그 임선영

이곳이 다른 꽃단지와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지리적 구조에 있다. 왕방산 협곡의 가파른 경사면을 그대로 활용해 계단식으로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평지에 조성된 일반적인 꽃밭에서는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주차장 아래에서 정원 꼭대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압도적인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댑싸리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댑싸리 / 사진=남원 공식블로그 임선영

계단을 오를수록 발아래에는 핑크뮬리, 백일홍, 댑싸리, 팜파스 등 각기 다른 색과 질감을 가진 가을꽃들이 층층이 물결치며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펼친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 지형과 계단식 꽃밭의 조화는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하고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경사가 상당하니 반드시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그 수고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풍경이 기다린다.

방문 전 알아야 할 필수 정보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주차장
남원 신생마을 꽃단지 주차장 / 사진=남원 공식블로그 임선영

이 특별한 공간은 연중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다. 마을 입구에 마련된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꽃단지로 들어서면 된다. 다만,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기 전 몇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정원 전체에 그늘이 거의 없어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나 양산 준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가파른 경사로 인해 유모차나 휠체어의 접근은 사실상 어렵고,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힘든 코스가 될 수 있다. 정원 중간에 작은 정자 쉼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주변에 카페나 매점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으므로 음료수는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

한때 소외되었던 땅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희망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원 신생마을은 단순한 사진 명소가 아니라, 우리가 딛고 선 땅의 역사와 그 위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특별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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